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북미 정상회담 성사와 성공을 위해 1박 4일이라는 강행군으로 미국을 다녀온 지 약 이틀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회담 판을 깨면서 그동안 자임해온 북미 간 중재자 위상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특히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직후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을 찾은 자리에서 “오늘은 기본 좋은 날”이라며 “한미 정상회담이 잘 됐다”고 자평한 가운데 북미 회담이 전격 취소되면서 더 뼈아픈 상황에 처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4일 오후까지 만해도 ‘북미 회담이 열릴 확률이 99.9%라는 기존의 판단이 유효한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일정부분 정치적 타격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청와대가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집중한 가운데 경제지표는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기대했던 북미 정상회담까지 일단 전격 취소되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경제 실정에 대한 지적에 더해 외교정책에 대한 비판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취소하면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 전화와 편지를 달라”라고 한 점을 볼 때 문 대통령은 아직 회담의 불씨는 살아 있다고 보고 중재역할에 ‘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한미 정상 간 전화 통화를 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진의를 묻는 한편 북미 회담을 열어야 한다고 회유할 것으로 보인다. 또 김 위원장과도 첫 핫라인 통화를 거쳐 북한에 과민반응을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하고 북미 회담을 다시 주선할 것으로 점쳐진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나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미국과 북한에 특사로 파견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