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다음 달 12일로 예정 됐던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하면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대미 비핵화 협상의 지렛대를 활용하는 동시에 풍계리 취재진이 체류했던 원산 관광지구를 대외 홍보하려던 북한의 ‘이중포석’ 전략도 수포로 돌아갔다. 특히 원산 관광 지구의 경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직접 주도 하에 막대한 재원이 투입되고 있는 곳이어서 이번 회담 취소로 인한 충격과 여파가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 된다.
풍계리 취재진 중 한 곳인 중국 신화통신은 24일 원산의 경제 발전상을 다루면서 “원산 갈마 비행장에는 새로 지은 터미널과 관제탑이 잘 갖춰져 있고 셔틀버스와 수하물도 제때 도착해 수속이 원활하게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전일 러시아 아르티 소속 이고르 즈다노프 기자는 원산의 대표 명소인 명사십리를 트위터를 통해 소개했다. 남측 취재진 역시 정부 수송기를 통해 원산에 착륙하는 과정을 전하면서 하늘에서 본 원산의 풍경과 원산 공항, 호텔 분위기 등을 전했다. 풍계리 취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원산을 소개하려는 북한의 전략이 통하는 듯 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 입장에서는 현재 원산에 어마어마한 재원을 투입하고 있다”며 “만약 북미회담이 제대로 안 되면 그 막대한 관광 투자가 수포로 돌아가는 건데 그런 점에서 김정은의 (비핵화) 결심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은 취소됐고 선제적 비핵화 조치를 통해 국제사회 신용도를 높이고 미국으로부터 상응하는 대가를 최대한 이끌어 내려던 북한의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원산관광 지구 개발 역시 향후 전망이 불투명 해졌다. 원산은 김 위원장이 생모 고용희 사망 이후 한동안 체류했던 지역으로, 신년사에도 언급했을 정도로 애정이 남다른 곳이다. 게다가 비핵화 협상 이후 제재 완화가 이뤄질 경우 외자 및 관광객 유치 1순위 지역으로 육성하려던 게 김 위원장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북미 회담 취소로 김 위원장의 ‘원산 프로젝트’도 앞날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