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저녁 서울 서초구 반포현대아파트 지하에 위치한 조합사무실에서는 조합원들 간 고성, 정부에 대한 성토로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정기총회가 열렸다. 이 단지는 강남권에서 처음으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 예상액을 통지받은 후 내홍을 겪고 있다.
이날 총회에는 총 조합원 80명 중 약 60명이 참석해 최대한 부담금을 줄이는 방법을 모색하는 한편 기존 일정대로 재건축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총회는 재건축 부담금 예상액이 통지되기 전 예정돼 있었지만 예산·운영의 승인을 받는 투표를 진행하기 위한 것이어서 사실상 재건축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억원대 부담금에 놀란 일부 조합원이 재건축 반대로 돌아서면서 총회 안건 찬성률은 과거 거의 100% 수준에서 66%께로 떨어졌다. 현장에서는 ‘재건축 부담금 폭탄’에 대한 불만과 함께 재건축 추진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고성이 오갔다. 주민센터 직원까지 나와 현장을 지켜봤다. 찬성 측은 비교적 조용히 투표를 마치고 나섰지만 반대 측은 조합장과 조합 집행부를 향해 “이게 조합원을 위한 조합이냐”며 소리쳤다. 반대 측 조합원은 “부담금만 수억원이 들어가는데 여기에 세금도 1억원 넘게 또 내라는 거냐”면서 “멀쩡히 잘살고 있는데 재건축을 위해 빚을 지거나 이사 가고 싶지는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 이번 안건에 모두 찬성한 조합원은 “반대하는 조합원들 마음은 이해한다”면서도 “부담금을 감당할 수 없다면 집을 팔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느냐. 다수결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돌이킬 수 없으니 제대로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신 조합 측은 공사비 증액, 행정소송 등을 통해 부담금을 최대한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날 조합은 지하 2층에서 지하 3층으로 주차장을 확장하기로 의결했다. 이로써 조합원 부담금은 약 2억6,000만원에서 4,000만여원 늘어난 3억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공사비가 늘었으므로 재건축 부담금은 다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구청에서 통보한 반포현대의 초과이익은 가구당 3억4,000만원이었다.
공동시행자인 동부건설도 참석해 최종 부담금이 축소될 여지가 있다고 조합원들을 설득했다. 동부건설 정비사업 관계자는 “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라 공시지가에 실거래가 반영률은 물론 과표구간이 과도하게 설정돼 현재 예상액은 최대치로 나온 것”이라면서 “관리처분인가를 진행하되 법적 테두리에서 부담금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추후에는 행정소송을 포함한 적극 대응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조합은 오는 7~8월에 관리처분인가를 받기 위해 그 전에 관리처분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시공사와 조합 측이 재건축 부담금 예상액 산출기준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조합원 판단을 위한 권한 제공’이라 설명한 재건축 부담금 예상액의 취지가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런 식의 숨바꼭질을 유도하는 제도가 어떤 공익적 이익을 주는지 의문”이라며 “허술한 제도 때문에 사회적 에너지 낭비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