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로 한화그룹에 인수된 지 만 3년이 된 옛 삼성 계열 화학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인수전과 비교해 11배 이상 증가했다. 삼성에서 롯데로 이적한 화학 기업들도 인수 2년 만에 2배 가깝게 영업이익이 늘었다. 기업 외형은 크게 성장하지 않았지만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그룹의 ‘캐시카우’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토탈과 한화종합화학의 지난해 말 기준 영업이익은 2조856억원으로 삼성그룹 소속의 마지막 해였던 지난 2014년(1,665억원)과 비교해 11.5배 늘어났다. 한화토탈은 1,707억원에서 1조5,150억원으로 ‘1조 클럽’에 가입했고 한화종합화학은 41억원 적자에서 5,706억원으로 턴어라운드했다. 3년간 두 회사가 벌어들인 영업이익만 해도 5조1,149억원으로 이미 2014년 11월 계약 당시 두 회사의 인수금액(약 1조 300억원)의 다섯 배를 벌어들였다.
롯데그룹이 2016년 2월 인수한 롯데정밀화학(004000)·롯데첨단소재·롯데BP화학도 한화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인수 전과 비교해 ‘돈 잘 버는 회사’로 자리매김했다. 이들 3개 기업이 인수 전인 2015년에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2,642억원이지만 지난해는 4,681억원을 벌어 2년 만에 77.2% 늘었다.
삼성과 롯데의 화학 3사에 대한 ‘빅딜’이 있었던 2015년 말 업계에서는 2조8,000억원에 달하는 인수금액이 과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일부에서는 롯데가 투자금액을 회수하려면 1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이들 세 기업의 총 영업이익은 7,878억원으로 이미 인수액의 30%가량을 회수했다.
실적 측면에서 기여도 기대 이상이지만 업계에서는 한화와 롯데그룹이 이들 옛 삼성 화학 기업을 인수하면서 균형감 있는 사업 구조를 완성할 수 있었다는 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한화토탈과 한화종합화학이 인수되기 전에도 한화케미칼(009830)은 여천NCC·한화화인케미칼·한화첨단소재 등 자회사 등과 함께 가성소다(CA), 폴리염화비닐(PVC), 폴리우레탄 제품의 주원료인 TDI·태양광 등 다양한 화학 관련 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한화토탈을 인수하면서 대부분의 석유화학 원료를 공급받고 생산제품을 다양화하면서 석유화학 수직계열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
롯데도 마찬가지다. 베이직 케미칼 중심의 롯데케미칼(011170)이 있었지만 엔지니어링 플라스틱과 엔지니어드 스톤 등을 생산하는 롯데첨단소재, 셀룰로스·일반화학 등 다품종 고부가 제품을 소량 생산하는 롯데정밀화학 등이 결합되면서 시황 변동성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됐다. 실제 올 1·4분기 상당수 화학 기업들이 유가 상승에 영업이익이 감소세를 보였지만 롯데정밀화학은 49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5.3% 증가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에서 인수된 후 석유화학 시황이 좋아진 영향이 컸지만 두 그룹이 화학 사업 구조를 안정시킨 것도 지금에 와서 실적 등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유가가 상승하고 있는 만큼 올해 경영 성과를 어떻게 낼지에 따라 인수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