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오버하우젠의 해양생물박물관에 살던 문어 ‘파울’은 2010남아공월드컵을 계기로 ‘점쟁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앞서 2008유럽선수권(유로2008)부터 화제를 모았는데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것은 남아공월드컵이었다. 수족관 안의 파울 앞에는 두 나라 국기가 그려진 유리상자가 놓였다. 사람들은 두 곳에 모두 홍합을 넣은 뒤 파울이 선택한 상자 쪽을 승자로 예측했다. 결과는 백발백중. 남아공월드컵 독일의 7경기 승패를 모두 맞혔고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결승 결과(스페인 우승)까지 맞혔다. 월드컵 이후 파울은 매니저까지 생길 정도로 바쁜 삶을 살다 그해 10월 자연사했다.
현역 시절 ‘초롱이’ ‘악바리’로 유명했던 이영표 KBS 축구해설위원은 지금은 ‘문어영표’ ‘초롱도사’ 등의 별명이 더 익숙하다. 월드컵 주요 경기마다 문어 파울 못지않게 놀라운 적중력을 과시해왔기 때문이다.
이번 러시아월드컵에서도 문어영표의 활약은 계속될까. 이 위원은 한국의 조별리그 1차전 스웨덴전을 전망하며 70분 이후를 콕 찍었다. “스리백 조직력을 갖춰 수비 진영에 최소 6명의 수비수를 두고 70분을 버틴 뒤 조급해진 상대를 노려야 한다”는 것. 2차전 멕시코전에 대해서는 “상대가 원톱 또는 스리톱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우리는 중앙수비수가 2명인 포백 전술로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16강 진출 확률에 대해 “현실적으로는 25% 이하”라고 말한 그는 “그러나 객관적 예상성적과 기대성적은 다르다. 기대로는 100% 진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영표는 해설위원으로 데뷔한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파울처럼 신묘한 예측으로 국내외에서 인기를 끌었다. 당시 영국 BBC가 승패 예측과 관련해 인터뷰 요청을 할 정도였다. 이 위원은 “2000년대 최강팀은 스페인이지만 2014월드컵에서는 스페인의 몰락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는데 그 말 그대로 스페인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며 디펜딩챔피언의 체면을 구겼다. 또 “끈적끈적한 이탈리아가 우직한 잉글랜드를 괴롭힐 것”이라며 이탈리아의 2대1 승리를 전망했는데 스코어까지 정확히 적중했다. 한국과 러시아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는 “70분쯤에 기회가 날 것”이라며 “이근호가 한 건 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근호는 68분께 선제골을 터뜨렸다. 이 밖에 브라질의 독일전 대패, 아르헨티나의 네덜란드전 승리는 물론 2016리우올림픽 등에서도 신통방통한 예측을 이어갔다.
이번 2018러시아월드컵에서 “16강에 100% 진출했으면 좋겠다”는 이 위원의 예측 아닌 기대가 현실로 이뤄지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