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5·26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이례적으로 하루 늦게 발표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한은 보도를 27일에야 할 수 있어 남측도 이에 맞춰줬으면 좋겠다”는 요청 때문이었다. 김 위원장은 대내 홍보를 극대화해 대남·대미 정책에 대한 주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려 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회담은 지난 26일 오후5시에 끝났지만 문 대통령은 17시간 후인 27일 오전10시 결과를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북측의 형편 때문에 오늘(27일) 보도할 수 있다고 하며 우리(남측)도 27일에 발표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말한 ‘북측의 형편’이란 북한 매체의 보도 방식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보통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 보도를 발생 시점 하루 뒤에 전한다. 북한은 27일 오전6시 대내용 라디오인 조선중앙방송으로 남북 회담이 열린 소식을 처음 보도했고 오전6시8분에는 조선중앙통신이 기사를 송고했다.
무엇보다 북한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내용 매체 중 가장 영향력 있는 노동신문(노동당 기관지)에 정상회담 내용을 게재하기 위해 우리 측에 발표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간인 노동신문에 싣기 위해 회담 사실을 27일에 발표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노동신문은 이날 1면과 2면에 걸쳐 남북 회담이 열린 소식을 관련 사진 18장과 함께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조선중앙TV도 오전9시12분부터 이번 남북 정상회담 과정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특히 북한 TV는 남북 정상회담 영상의 배경음악으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사용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북한은 이를 통해 주민들에게 남북 관계 개선과 북미 정상회담 추진을 위한 김 위원장의 노력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대내용 매체로 주민들에게 남북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림으로써 대남 및 대미 정책에 대한 주민들의 지지를 끌어내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