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근로단축 한달 앞] "점심시간 줄이고 30분 일찍 퇴근, 평일 근무시간 단축까지 거론"

■안간힘 쓰는 기업들

삼성전자 月단위 업무시간 조정

한화케미칼 2주 80시간 근무 시행

3~6개월 걸리는 대형 프로젝트

집중근무 한정, 경쟁력 확보 한계

사전에 근무시간표 짜놓아도

돌발상황 발생 땐 못지킬 수도

서울 시내의 한 사무실에서 직장인들이 밤늦게까지 일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 시행으로 기업들이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서울경제DB서울 시내의 한 사무실에서 직장인들이 밤늦게까지 일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 시행으로 기업들이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서울경제DB



“일각에서는 점심시간을 줄이고 퇴근을 일찍 해서 평일 근무시간의 총량을 줄이는 방안까지 논의되고 있습니다. 평일 근무시간이 적어진 만큼 이를 모아서 주말에 일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죠.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역설적으로 기업들이 기존 생산성 유지를 위해 얼마나 안간힘을 쓰는지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로제’를 한 달 앞둔 가운데 한 기업 관계자가 전한 상황이다. 당장 사람을 더 뽑기는 힘든데 성과는 이전 이상으로 내야 하는 만큼 기업들이 머리를 싸매고 있다는 것이다. 앞선 사례는 기업의 고민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오전9시부터 오후6시까지 근무하는 경우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하고 총 8시간을 일하는 셈인데 이때 점심을 30분 만에 먹고 30분 일찍 퇴근하면 근무시간을 ‘7시간 30분’으로 신고할 수 있다. 이를 5일 동안 반복할 경우 150분이 남아 주말에도 추가로 일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탄력적 근로시간제 개선 작업 등이 부진하자 각종 고육지책이 마련되고 있다”면서 “근본 해결책이 아닌 만큼 부작용도 심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 52시간 근로 시대를 코앞에 두고 기업들의 움직임이 숨 가쁘다. 선택적 근로시간제, 재량 근로제,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방안들을 총동원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대처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유연근무가 일부 확산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대체적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반응이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005930)는 사무직 직원 대상으로 ‘월 단위’의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1주일에 40시간을 꼭 채우지 않더라도 한 달 내에서 주·일간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또 재량 근로제를 도입해 신제품 개발 등을 맡은 특정 부서에는 완전한 재량권을 주기로 했다. ‘1일 4시간 이상, 1주일 20시간 이상’이라는 최소 요건조차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또 에어컨과 공기청정기 생산 라인에서는 ‘3개월 단위’로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LG전자(066570) 역시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하고 있다. 한 달 내에서 1주일 단위, 2주일 단위 등을 선택해서 근무시간을 신청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도 이달 초부터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에 기반을 둔 유연근무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오전10시부터 오후4시까지 의무적인 집중 근무시간만 정해놓고 출퇴근 시간 등은 자유롭게 했다. 한화케미칼도 2주에 80시간만 맞추면 원하는 시간에 근무할 수 있는 탄력근무제를 7월부터 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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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는 올해부터 주요 대기업 중 처음으로 임금 삭감 없는 주 35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오전9시에 출근해 오후5시에 퇴근, 하루 7시간 근무하면서도 임금은 기존과 동일하게 지급하는 시스템이다. 현대백화점도 각 점포의 퇴근을 종전보다 30분 앞당겼다.

이처럼 기업들이 자구책을 내놨지만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제품 개발이나 대형 행사 기획 등을 앞둔 경우 한 달은커녕 3개월 넘게 집중적으로 일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큰 프로젝트면 6개월 이상의 집중근무도 이뤄지는 만큼 1년 단위 탄력근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연구직의 경우 자신이 맡았던 프로젝트를 끝내야 하는데 집중근무 기간이 한정돼 있으면 이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야 하고 인수인계 과정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부서장이 이번달에 바쁘다고 하면 반박하지 못하고 주당 근로시간을 높게 신청할 것이고 다음달은 비교적 한가할 것으로 보여도 근로시간을 적게 신청하거나 일찍 퇴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희철·박준호기자 hcshin@sedaily.com

신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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