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IT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발주업체 사이에서 직격탄을 맞게 된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은 추가 인력을 채용하고 새로운 근태관리 기준을 세우는 식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오는 7월 이후 마무리되는 프로젝트를 수행 중인 업체들은 울상이다. 한 달이나 두 달짜리 프로젝트에 투입하기 위해 새 인력을 채용할 수도 없고 프로젝트를 마치고 발주업체의 검수를 앞둔 상황에서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기라도 하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기 때문이다. 특히 대체가 불가능한 관리자급 인력의 경우에는 법적 기준을 준수하기 위해 각 업체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별다른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관계자는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며 “정책 취지에 따라 고용을 하려고 해도 중견 업체가 하루아침에 관리자급 전문 인력을 구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라고 하소연했다.
게임업계도 대형업체를 중심으로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고 신규 채용도 확대하고 있지만 벌써부터 일부에서는 경쟁력 하락이 현실화하고 있다. 넷마블은 지난해 근로문화 개선에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며 선제적으로 야근과 주말 근무를 폐지했지만 총 17개를 내놓을 계획이던 신작 수는 8개에 머물렀고 올해도 아직까지 3개의 신작만 출시한 상태다. 넥슨 역시 이정헌 대표가 직접 사내 공지를 통해 유연근무제 도입을 예고하며 신작 출시 일정 지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IT 업계는 근무시간을 법으로 강제하는 정부 방침이 근무시간과 무관하게 성과에 따라 보상하는 문화가 정착된 구글이나 애플과 같은 실리콘밸리의 글로벌 기업과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하락시킬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이 같은 우려가 커지자 고용노동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30일 ‘노동시간 단축 관련 ICT 업종 간담회’를 개최했지만 업계와 정부의 입장 차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IT 업계는 이날 △탄력적 근로시간제 산정기간 확대 △대국민서비스의 IT 시스템 장애대응 업무의 노동시간 단축 예외업무 지정 등을 요청했다. 하지만 정부는 업계 요구 사항은 국회로 책임을 넘기거나 일단 제도 시행 후 논의하자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계의 목소리를 듣자고 만든 자리였지만 일단 정부 방침을 따르라는 사실상 엄포만 있었다”며 “IT 기업의 경쟁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데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