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시중은행 채용비리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혐의는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입니다.
채용비리 문제는 KEB하나은행 뿐 아니라 대부분 시중은행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인데요.
특히 검찰의 칼끝이 최고경영자를 향하고 있어, 은행권이 초긴장 상태에 빠졌습니다. 금융증권부 정훈규기자 나왔습니다.
[앵커]
Q. 정 기자, 검찰이 함영주 행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요. 내일 영장 실질 심사가 있죠?
[기자]
네, 함영주 행장의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는 내일 오후 2시에 열립니다.
법원이 영장을 받아들인다고 해서 유죄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결과는 함 행장의 거취문제를 동반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선 사례를 살펴보면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바 있고,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은 부정 채용과 비자금 조성 등 비리 혐의로 구속기소 됐습니다.
이광구 전 우리행장처럼 기각될 경우 법원의 최종 판단이 있기까지 함영주 행장은 일단 고비를 넘길 수 있는데요.
만약 대구은행과 같이 구속이 되면 함영주 행장의 앞날도 불투명해집니다.
하나은행 “예단할 수 없다”면서 말을 아끼고 있지만, 구속될 경우 직무가 해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서 2016년도 인사부장을 지낸 강모 하나은행 본부장도 구속 후 직무해제 된 바 있는데요.
함 행장은 금융지주 회장 유고 시 직무대행을 맡을 그룹 내 2인자로, 만약 사상 초유의 현직 행장 구속사태가 벌어질 경우 은행뿐 아니라 그룹 전체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됩니다.
[앵커]
Q. 금융지주 회장 유고시 은행장이 직무대행이라고 하셨는데, 실제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도 채용비리 문제로 입지가 불안하지 않습니까?
[기자]
네, 검찰은 최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뿐 아니라 하나금융 사장을 지낸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습니다.
검찰은 하나은행의 채용 비리 의혹에 이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흥식 전 금감원장의 경우 도의적 책임을 지고 이미 물러난 상태인데요.
자리를 지키고 있는 김정태 회장은 함 행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올 초 금감원 특별검사단은 채용비리 조사를 마친 뒤 김 회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채용 비리 의혹에 연루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검사 결과에 따르면 2013년 하나은행 지원자의 추천 내용에 ‘최종합격’이라는 조건과 함께 추천자 이름이 옆 괄호 안에 ‘회’라는 표기가 있었습니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해 ‘(회)’가 통상 회장이나 회장실을 의미한다는 인사 담당자의 진술도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Q. 채용비리 문제로 숨죽여 왔던 은행권 전체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다른 은행들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기자]
네, 채용비리 문제는 4대 시중은행 중에 걸려 있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특히 KB국민은행은 함영주 하나은행장 구속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울 밖에 없는데요.
지난해까지 은행장을 겸임했던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채용비리 의혹에 직접 걸려있기 때문입니다.
윤 회장은 종손녀가 서류전형과 1차 면접에서 최하위권에 들었다가 2차 면접에서 최고 등급을 받아 4등으로 합격해 특혜채용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지난 3월 윤 회장의 자택과 인사담당자 자택 등을 압수 수색한 바 있는데요. 검찰의 수사 칼날이 윤 회장을 향하고 있는 셈입니다.
채용비리에서 한 켠 비켜서 있던 신한은행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입니다.
금감원이 은행권에 대한 채용비리 조사를 마친 이후 뒤늦게 임원 자녀들에 대한 특혜채용 논란이 일면서, 금감원 재조사를 벌였는데요.
조사 결과 신한금융그룹 임원 자녀 등 특정 지원자가 특혜 채용됐습니다.
한편 채용비리 사태의 진원지인 우리은행은 이광구 전 행장과 남기명 전 그룹장 등이 의혹이 불거진 이후 곧장 사퇴하고 수사를 받고 있어서 회사가 받는 영향은 적은 편입니다.
[앵커]
Q. 앞으로 검찰 수사 결과와 법원 판단에 따라 국내 대형 금융사 경영진의 앞날이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군요?
[기자]
네, 정확히 현재 검찰이 채용비리 수사를 진행하는 곳은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부산·대구·광주은행 등 5개 은행입니다.
역시 관심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윤종규 KB금융 회장에 쏠리는데요.
금융권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현직 회장의 연임 문제를 두고 당국과 대립각을 세운 두 금융지주에 대해 청와대가 단단히 화가 났다는 이야기가 파다합니다.
금융감독원장 낙마 사태를 하극상으로 받아들였단 얘기인데요.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이라도 검찰이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기소할 경우 사퇴 압박이 거세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간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해온 금융노조는 당장 ‘함영주가 끝이 아니다, 윤종규·김정태도 구속 수사하라’는 성명을 냈습니다.
노조는 이번 성명에서 몸통은 윤종규·김정태 회장이라며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