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 경고등이 켜졌음에도 연초 이후 국내 투자자들이 베트남 주식을 싹쓸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올 들어 베트남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는 동안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을 받은 국내 펀드들은 베트남에 계속 자금을 쏟아부었다. 증권 업계 내부에서도 신흥국 증시 과열에도 신규 펀드를 조성하고 판매를 이어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금융투자(IB) 업계와 펀드평가사 KG제로인 등에 따르면 연초 이후 국내 해외주식형펀드에서 베트남 지역 투자 금액은 8,693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연간 규모(4,613억원)의 두 배 수준으로 베트남 호찌민거래소에서 연초 이후 전체 외국인 누적 순매수 금액 16억달러(한화 1조7,299억원)의 절반에 이른다. 베트남 주식에 투자한 외국인 자금 중 절반가량이 한국인 셈이다.
베트남에서 한국인 투자는 올해 1월부터 매월 외국인 전체 순매수를 넘어설 정도로 과열됐다. 지난 1월 외국인은 베트남에서 3억9,200만달러(약 4,000억원)를 순매수했는데 같은 기간 국내 베트남 펀드 한 달 자금 유입 규모는 4,418억원에 달했다. 당시 베트남 투자를 과열로 판단한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 등 일부 펀드의 판매를 잠정중단(소프트클로징)하기도 했다. 반면 여타 운용사들은 이 시기에 베트남에 투자하는 새로운 펀드를 출시하며 신규 투자자를 모으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3월 베트남 펀드 누적 설정액 규모는 5,000억원대에서 6,000억원대로 또 불어났다. 같은 기간 베트남의 외국인 순매수는 오히려 줄었다. 판매를 잠정중단했던 한투운용 역시 4월부터 판매를 재개했다.
기대와 달리 4월 1,204까지 치솟은 베트남 증시는 현재 900대 초반까지 하락했다. 국내 펀드 수익률 역시 고전 중이다. 최근 3개월간 국내 주요 베트남펀드 수익률은 -13.3%로 2월께 투자에 뛰어든 개인들은 10% 이상의 손실을 보고 있다. 자금이 가장 많이 몰린 1월 투자자들의 손실도 -3%에 달한다.
증권가에서는 이미 3월부터 베트남 투자 경계론을 제기했으나 한투운용의 가장 큰 펀드가 판매를 중단한 사이 투자자들은 유리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 등 다른 운용사로 발길을 돌렸다. 실제로 두 운용사 펀드는 3월에 5배가량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베트남의 장기 성장성을 의심하지 않는다. 서민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베트남은 강달러에도 신흥국 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환율 흐름을 유지하고 있어 안전자산 선호가 완화하면 금리 상승 압력이 제한돼 가격 매력이 다시 부상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대체로 투자 기간이 짧은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하락하는 해외시장에 장기로 자금을 묶어두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변동성이 다시 부각되면 투자를 지속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국내 자산운용 업계의 신흥국 펀드 운용역은 “베트남 증시가 급락했기 때문에 지금이 매수 시점이지만 많은 자금을 한꺼번에 투자하는 방식은 권하지 않는다”며 “개인들은 적립식 펀드를 통해 해외 투자를 진행해야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