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마감한 두산인프라코어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300억원 모집에 350억원 수요가 들어오며 가까스로 미매각을 피했다. 두산인프라코어 회사채 신용등급은 BBB(안정적)로 투기등급 수준이다.
당초 두산인프라코어는 500억원 규모를 발행하려 했으나 시장 관심이 급랭하면서 300억원으로 수요를 낮췄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산인프라코어 수요예측은 기대와 달리 크게 실패한 수준”이라며 “최근 ABCP 사태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연초까지만 해도 투기 직전 등급으로 분류되는 BBB급 회사채는 초대형 IB 출범에 따른 비우량회사채 수요 증가 기대감과 A급 회사채 강세에 따른 비우량채 온기 확산 덕분에 연일 흥행 가도를 달렸다. 대한항공(BBB+)은 2년 만기 회사채 1,200억원 모집에 5,120억원이 몰렸고 한화건설(BBB+)도 지난달 1년 6개월 만기로 300억원가량 수요예측을 했는데 1,480억원 규모 주문이 들어왔다. 한솔테크닉스·한진·폴라리스쉬핑 등 투기등급 회사채들 모두 개별민평 금리 대비 낮은 수준에 자금조달에 성공했지만 이번 ABCP 사태 이후 리테일 매수세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우량 신용등급 기업의 자금조달이 힘에 부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부동산금융 업계에서는 건설 경기 침체로 줄어들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ABCP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동산 PF ABCP는 중소형 증권사의 주요 수입원이었으나 지난 2015년부터 정부의 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 아파트 입주 물량 증가로 시공사와 지방자치단체의 투자가 줄면서 발행액이 급감했다. 한 증권사의 부동산 금융 담당자는 “중국발 ABCP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로 손실을 본 중소형 증권사들이 대안으로 부동산 PF대출 ABCP를 주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뿐만 아니라 산업단지, 상가, 역세권 개발 등 대규모 복합개발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부동산 PF대출을 일으키되 일정 이상 분양이 된 경우에 이를 채권화하면 안정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박호현·임세원기자 greenl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