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003550)테크놀로지벤처스’는 구광모 시대에 본격화할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의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고(故) 구본무 회장이 이끈 ‘3세대 LG’에서 탄생한 미래경영 전략으로, 인재·기술 확보의 속도전을 의미한다. 구 상무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조직문화까지도 LG에 이식함으로써 더욱 젊고 트렌디한 4세대 경영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40세인 구 상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전 세대와 다른 가치관과 감각을 갖췄을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구 상무는 미 스탠퍼드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두곳에서 일하는 등의 경험을 쌓아왔다. 정보기술(IT) 관련 콘퍼런스나 포럼에 꼭 참석하고 미국·유럽·중국 등을 돌며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직접 챙겨온 점에서는 ‘현장형’ 경영자임을 엿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격식 없고 소탈한 구 상무의 성격과 성장 과정 등을 종합해볼 때 LG는 더욱 젊고 역동적인 기업이 될 것”이라며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3세 경영에서 준비해왔다 하더라도 향후 운용에서는 4세 경영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가 위치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지역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핵심이다. 인텔·엔비디아·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등 IT 기업 본사가 있다. 도시기반시설과 컨벤션이 잘 갖춰져 있어 4차 산업 전시회도 활발하다. 삼성전자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산타클라라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을 열었다. 기업과 인재가 어우러져 창의가 폭발할 수 있는 지역인 셈이다.
LG는 이곳을 해외 인재영입 및 신규 투자의 거점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 채용공고를 보면 “한국 내 연구개발(R&D) 거점과 정기적으로 소통하며 투자전략을 동기화할 계획”이라고 명시했다.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 ‘LG전자(066570) 최고기술책임자(CTO) 직속 조직’ 등 LG의 두뇌에 해당하는 곳들과 교류가 활발해질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LG그룹 계열사들의 출자금을 한 곳에서 운영하는 방식도 눈에 띈다. LG전자·LG화학(051910)·LG디스플레이(034220)·LG유플러스(032640)에서 거둔 자금을 모아 융·복합 사업에 필요한 빅데이터·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관련 스타트업 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4개 계열사로부터 4,300억원을 모아 향후 5년간 운용할 예정이지만 계열사 사정에 따라 추가 출자가 이뤄지거나 새로운 계열사의 신규 출자도 가능해 보인다.
LG 관계자는 “계열사별로 낸 출자금인 만큼 각 계열사를 위한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 우선”이라면서도 “꼭 어느 한 기업만을 위한 투자가 아닐 경우 2개 이상의 계열사 자금을 모아 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에 비해 외부 인재영입과 기술 확보에 소극적이라던 평가가 바뀔지도 주목된다. 삼성은 9조원이 넘는 투자로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했고 ‘삼성벤처투자’ ‘삼성넥스트’ 등을 활용해 수많은 스타트업을 유치했다. 반면 LG는 최근에서야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오스트리아 전장기업 ZKW를 역대 최대 규모인 1조4,000억여원에 인수한 것이다. 계열사 연구개발(R&D) 인력을 한데 모은 ‘LG사이언스파크’는 이제 갓 태동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LG가 로봇 관련 기업과 AI 스타트업에 투자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아직 규모나 속도 면에서는 아쉬운 점이 있다”면서 “구 상무가 LG의 자체 역량과 외부의 힘을 모아 폭발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시험대에 선 것만큼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