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핵심 인재 영입을 통한 인공지능(AI) 분야 육성에 승부수를 띄웠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AI가 자동차뿐 아니라 주요 정보기술(IT) 기기의 핵심 기술로 활용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는 오는 2020년까지 전 세계에서 AI 연구개발(R&D) 인력을 1,000명까지 끌어모으겠다고 밝힌 데 이어 최근 세계적인 AI 분야 권위자 2명을 동시에 전격 스카우트했다.
삼성전자는 4일 세바스천 승(52·승현준) 미 프린스턴대 교수와 대니얼 리(49·이동렬)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를 삼성리서치(SR) 소속 부사장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두 교수는 모두 하버드대 물리학 학사 출신으로 세계적인 기술 연구소인 벨 연구소(Bell Labs)에서 근무한 공통 이력이 있다. 지난 1999년에는 인간의 지적 활동을 모방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공동 개발해 네이처에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현재 소속된 교수직을 유지하면서 겸직 형태로 미국에 머무르며 삼성 업무를 챙길 예정이다. 선행 연구조직인 삼성리서치 부소장이 부사장급인 점을 고려하면 이들에게 파격적으로 대우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리서치의 최고연구과학자(CRS·Chief Research Scientist) 직책을 받은 승 교수는 뇌 신경공학을 기반으로 한 AI 연구 최고 석학으로 꼽힌다. 하버드대에서 이론 물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벨 연구소와 매사추세츠공대(MIT) 물리학과 교수를 거쳐 2014년부터 프린스턴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승 교수는 삼성전자 AI 전략을 수립하고 선행 연구를 자문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최고연구과학자 자리는 승 교수 영입과 함께 새로 생긴 직책으로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장 겸 삼성리서치 소장 직속이다. 승 교수는 “삼성의 새로운 AI 도전에 기여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니엘 리 교수는 MIT 물리학 박사 출신으로 AI 로보틱스 분야 권위자 가운데 한 명이다. 전공을 살려 삼성에서는 차세대 기계학습 알고리즘과 로보틱스 관련 연구를 담당하게 된다.
삼성전자의 석학 영입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공들이고 있는 AI 역량 강화 작업의 연장선에 있다. 이 부회장은 최근 유럽과 캐나다 등지를 직접 돌며 우수 인재 영입 막후 작업을 했다. 그 결과물로 영국 케임브리지와 캐나다 토론토, 러시아 모스크바에 AI 센터가 신설됐고 각 센터에는 저명한 연구자들이 몰려들었다.
아울러 이 부회장의 AI 구상이 한층 구체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AI 연구 5대 지향점’을 발표하는 등 AI 연구의 큰 방향을 처음으로 공개한 바 있다. 이런 연구를 실제 실행할 수 있는 전문가 영입이 이번 사례에서 보듯 치밀한 계획하에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앞으로도 AI 분야 경쟁력 확보를 위해 우수 인재를 지속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