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인간 자석(휴먼 마그넷)’이 돼야 합니다. 부장이 자리를 옮기면 내가 하는 일이 뭐가 됐든 따라가 일하고 싶은 그런 상사요. 여러분 모두 휴먼 마그넷이 되기 바랍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에서 단기간에 최고위직에 오른 한국인 신재원 박사(나사 항공연구부문 총책임)가 4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21세기 혁신과 리더십’을 주제로 가진 강연에서 대학생들에게 타인을 끌어당기는 덕목을 갖춘 리더가 될 것을 주문했다.
그는 “리더는 일이 잘될 때는 투명해져야 한다. 팀원들에게 공을 돌리라는 것”이라며 “일이 안 될 때는 눈에 띄게 나타나 가장 앞에 서야 한다. 그런데 반대로 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 리더가 되려면 비전을 가져야 하고 개방성·정직함·지능·동기부여·진실성·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며 “그중 일관성이 가장 중요하다. 어제와 오늘이 똑같은 사람이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연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신 박사는 지난 1989년 미국 버지니아폴리테크닉주립대에서 기계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나사에 입사했다.
입사 후 19년 만인 2008년 동양인 최초로 나사의 최고위직인 항공연구부문 총책임을 맡아 기술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신 박사는 빠른 승진의 비결로 “경청과 조직을 생각하는 자세”를 꼽았다.
그는 “처음에 회사에 들어갔더니 영어가 달려 사람들 얘기에 막 끼어들 수가 없어 자연스럽게 잘 듣게 됐다”며 “다들 자기 연구가 중요하니까 삼천포로 빠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럴 때 내가 보스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이 친구는 우리의 토론에 막 끼어들지는 못하지만 그가 얘기하면 들을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가 생겼다”며 “잘 들었더니 문제가 파악됐고 거기다가 보스의 처지에서 생각해봤더니 인정을 받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박사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그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는 ‘디지털 혁명’은 19세기부터 계속돼왔다”며 “지금 일어나는 모든 일은 디지털 혁명, 기술 융합, 새로운 사업 모델 출현 등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 박사는 오늘날 유통업의 최강자인 아마존과 19세기 말부터 사업을 이어온 유통 업체 시어스로벅앤드컴퍼니를 비교하며 혁신의 중요성을 거듭 외쳤다. 그는 “시어스는 19세기의 아마존이었는데 지금은 수입이 아마존의 10분의1 정도”라며 “디지털 혁명은 새로운 사업 모델을 가능하게 한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깨어 있지 않으면 계속 새로운 모델이 옛날의 성공한 모델을 갈아치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신 박사는 21세기 혁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팀워크’라고 봤다.
그는 “다른 영역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같이 일하는 시대”라며 “보통 ‘혁신한다’고 하면 밥도 안 먹고 문을 잠그고 일하는 모습을 상상하는데 틀렸다. 21세기의 혁신은 팀워크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