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들이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젊은 단독·배석판사들과 달리 법적 안정성을 중시하는 고위 법관들이 검찰 수사에 제동을 건 것이다. 중견·고위 법관을 중심으로 검찰 수사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신중론이 확산되면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최종 결정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서울고법 부장판사들은 5일 회의를 열고 “대법원장·법원행정처·전국법원장회의·전국법관대표회의 등 사법행정 담당·자문기구가 형사고발, 수사 의뢰, 수사 촉구 등을 할 경우 향후 관련 재판을 담당하게 될 법관에게 압박을 주거나 영향을 미쳐 법관과 재판의 독립이 침해될 수 있음을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법행정권 남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실효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사법부 구성원들 사이의 갈등을 치유하고 통합하기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차관급인 서울고법 부장판사에는 법원장을 마치고 재판에 복귀한 고위 법관들도 포함돼 있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들은 전날 두 차례에 이어 이날 세 번째 판사회의를 열었으나 의사정족수 미달로 회의가 불발됐다. 재판 업무가 바빠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표면상 이유지만 ‘검찰 수사 촉구’ 여부를 논의하는 자리가 부담스러워 참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자문기구인 사법발전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재판 거래 의혹 후속조치에 대한 위원들의 의견을 들었다. 일부 위원은 법원행정처의 내적인 계획에 불과한 내용을 조사했다고 비판하며 실현됐다는 증거가 없는 만큼 수사를 해도 밝히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후속조치와 관련해서는 ‘고발은 필요 없다’ ‘수사 의뢰 또는 고발이 필요하다’ 등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