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북미정상회담 ‘나쁜 합의'는 경계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오는 12일 오전10시(한국시간)로 확정됐다. 싱가포르에서 열리고 있는 의전·경호 등을 위한 실무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고 판문점에서 진행되고 있는 의제 조율 논의도 “매우 긍정적이고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는 게 백악관의 설명이다. 이 정도면 비핵화 시기와 방식, 체제안전 보장과 경제적 보상 같은 핵심 쟁점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가 상당히 좁혀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통해 받은 김 위원장의 친서와 관련해 “좋은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낼 수 있겠다는 평가를 내렸다는 뜻이다. 북측도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합의 불발이라는 최악의 결과가 나오지는 않으리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스멀스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샌더스 대변인은 북미 정상회담 일시 확정 소식을 전하며 ‘첫 회담’이라는 표현을 썼다. “(회담을) 단 한번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거나 “천천히 하자”며 추가 회담 가능성을 열어놓았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샌더스가 즉답을 피하기는 했지만 ‘신속한 일괄타결’보다는 북측에서 주장하는 ‘단계적 접근’ 쪽에 기운 듯한 자세다. 이로 인해 실패로 끝난 과거 미국 행정부의 협상전략을 답습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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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의 의지도 예전만 못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 중 신규 제재 중단은 물론 한발 더 나아가 “최대 압박이라는 용어를 더는 사용하고 싶지 않다”고까지 말했다. 샌더스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측의 비핵화 없이는 제재를 풀지 않겠다며 진화에 나서기는 했지만 ‘최대 압박’은 어느새 물밑으로 가라앉아버렸다. 우리의 안보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주한미군 역시 북미 대화의 테이블 위에 올라올 조짐이 보인다. 하나같이 우리의 우려를 자아내는 것들이다.

북미 정상회담이 이렇게 흘러간다면 형식적인 비핵화 선언을 통해 북측에 시간만 주는 ‘나쁜 합의’가 나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상상하기도 싫은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는 것을 막으려면 우리 정부도 마지막까지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회담 진행과정을 철저히 분석하고 이상 조짐이 있다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라도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가 65년을 기다려 어렵게 잡은 한반도 평화의 기회를 또다시 날려버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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