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정의가 승리한다’고 믿는 나라

조종묵 소방청장

조종묵 소방청장조종묵 소방청장



대벌레는 나뭇가지처럼 모습을 해서, 오징어는 먹물을 뿌리고, 카멜레온은 주변의 색깔처럼 자신의 몸 색깔을 바꾸며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한다. 또 식물도 자기보호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동식물 외에 미생물이라 할지라도 생명을 보존시키려는 욕구는 본능이다.

얼마 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불법체류자인 아프리카 출신 청년을 직접 만나서 시민권을 주고 소방관으로 특채했다. 그 청년은 아파트 5층 발코니에 매달려 추락위기에 처한 아이를 발견하고 죽음을 무릅쓰며 맨몸으로 기어 올라가 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의 정신과 행동이 프랑스 시민으로 받아주기에 충분했고 의협심과 체력은 소방관으로서 적격이라고 봤던 것이다.

이기주의가 팽배한 사회라고는 하지만 자신의 안위를 접어두고 이웃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나선 의로운 사람들이 적지 않다. 팍팍한 세상에 등불 같은 주인공들이다. ‘초인종 의인’으로 잘 알려진 고(故) 안치범 청년은 성우를 꿈꾸던 우리의 이웃이었다. 지난 2016년 9월 새벽에 화재를 발견한 그는 119에 신고한 다음 다시 불 속으로 뛰어들어 모든 세대의 초인종을 눌러 잠자던 이웃을 깨워 살렸지만 정작 자신은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2008년 8월 새벽 서울 대조동 나이트클럽에서 발생한 화재로 3명의 소방관이 순직하는 사고가 있었다. 가연성 물질이 많은 건물은 용광로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소방관들은 호스를 끌고 화마가 이글거리는 내부로 진입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새벽 시간이었지만 나이트클럽의 영업특성을 고려할 때 내부에 사람이 있을 가능성을 간과하지 않은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들 자신은 갑자기 무너져 내린 거대한 구조물에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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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0일에는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들을 향한 군부의 발포를 거부하다 강제해직 된 뒤 모진 고문의 후유증으로 순직한 고 안병하 경무관을 치안감으로 1계급 특진시킨 추서식이 있었다. 정부가 관련 법령을 개정해 순직 37년 만에 이뤄진 일이었다. 풍전등화에 빠진 나라를 구하고 국민과 이웃을 지키겠다는 신념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에 주저하지 않은 분들을 기리는 데 기한이 있을 수 없음을 보여준 조치였다.

6월이 보훈의 달로 정해져 있지만 늘 하루같이 그분들을 생각하고 감사하며 숭고한 뜻을 기리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마땅한 도리고 의무다. 소방청은 앞으로 각종 재난이나 사고현장에서 의로운 행동으로 사람을 살린 분들의 뜻을 기리는 정책을 강화하기로 했다. ‘119 의인상’을 만들었으며 앞으로 그분들의 숭고한 행동을 기록으로 보존하고 널리 알리는 다각적인 시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의가 늘 승리한다’는 믿음을 주는 나라를 만들어가는 것이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그리고 순직자와 의인들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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