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마리가 잡힐 듯하다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반복 끝에 어느덧 마지막 1경기만 남겼다.
2018러시아월드컵 축구 대표팀이 오는 11일 오후10시(이하 한국시각) 오스트리아 그뢰디히에서 본선에 앞선 최종 모의고사로 세네갈전을 치른다. 이 경기를 끝으로 실전 점검을 마무리하는 대표팀은 12일 베이스캠프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입성한다. 본선 첫 경기 스웨덴전은 18일 오후9시다.
한국은 최근 국내 평가전에서 온두라스에 2대0으로 이겼지만 스리백이 숭숭 뚫린 끝에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 1대3으로 졌다. 최종 엔트리 23명 체제로 치른 첫 경기인 지난 7일 오스트리아에서의 볼리비아전에서는 상대 1.5군과 0대0 헛심 공방을 벌였다.
특히 볼리비아전에는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을 선발에서 빼고 낯선 황희찬(잘츠부르크)-김신욱(전북) 조합을 가동했다. 신태용 감독은 김신욱 선발카드를 ‘트릭(속임수)’이라고 설명했다. 진짜 트릭이라면 본 게임에 앞서 가능한 속임수를 훤히 드러낸 셈이다. 한발 더 들어가서 짐작해보면 상대를 더 헷갈리게 하기 위한 발언일 수는 있다. 그러나 정작 F조 상대팀들은 한국이 뭘 하든 거의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한국을 1승 제물로 삼아야 하는 스웨덴은 볼리비아전 현장에 아무도 파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만 지나치게 남을 의식해 숙련해야 할 시간을 허투루 보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실험 또 실험에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지친 기색이다.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은 볼리비아전 뒤 “그동안 팬들에게 ‘최선을 다하겠다’ ‘기대해달라’는 말을 많이 했는데 거짓말쟁이가 된 것 같아 마음이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계속된 졸전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기성용은 “사실 선수들은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했다.
볼리비아전이라도 시원한 대승으로 마무리했다면 선수들 사기를 끌어올릴 뿐 아니라 차갑게 식어 있는 국내 월드컵 분위기도 조금은 달라졌을 것이다. 결국 ‘부담 백배’의 마지막 평가전을 남기게 됐다. 신 감독은 그동안 무엇보다 정보전을 의식해왔고 본선에 모든 초점을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과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의 말처럼 이 모든 게 ‘큰 그림’의 일부이기를 팬들은 바라고 있다.
세네갈전은 안되는 것에 미련을 버리고 잘하는 것을 날카롭게 다듬어야 하는 경기다. 4-4-2를 기본 전술로 쓰는 스웨덴을 대비해 스리백의 3-4-1-2 전술을 점검할 만하다. 장현수(FC도쿄)를 중심으로 좌우에 김영권(광저우)과 윤영선(성남) 조합이 예상되며 좌우 윙백은 박주호(울산)-이용(전북)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기성용-정우영(빗셀 고베)의 앞쪽 ‘1’의 역할은 이재성(전북)이 유력하며 투톱은 손흥민-황희찬 외에는 대안이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