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사진) LG전자(066570) 부회장이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의 핵심 연결고리는 바로 로봇”이라고 밝혔다. LG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로봇 사업을 5G 통신과 결합해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조 부회장은 LG전자 단독 사령탑에 오른 직후인 지난해 초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 2017’에서 “로봇 사업을 LG의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특히 “로봇 사업에 상당히 많은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며 선제대응 계획을 분명히 했다.
LG가(家) 4세 구광모 LG전자 상무 시대의 부회장 6인방 중 핵심인 조 부회장이 로봇 사업을 재차 강조함에 따라 인수합병(M&A)과 인재 유치 등 보다 과감한 드라이브가 예상된다.
◇“로봇이 5G 시대 핵심 연결고리”=조 부회장은 10일 서울경제 기자에게 “가정에서든 사업장에서든, 심지어 공공의 공간에서든 다가올 5G 시대의 핵심은 로봇”이라며 로봇 사업 강화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그러면서 “로봇 분야가 유망하다고 보고 있고 지금까지 해온 대로 앞으로도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LG전자가 보여준 로봇 관련 행보는 보수적인 LG의 경영 스타일에 비춰봤을 때 이례적일 정도로 활발하다. LG전자는 산업용 로봇이 적용된 지능형 자율공장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달 말 산업용 로봇 제조 업체인 로보스타에 536억원을 투입해 지분 20%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말까지 현 경영진 보유분 가운데 13.4%를 추가로 사들여 지분율을 33.4%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유망 스타트업과는 소수 지분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다. 올해 초 로봇 개발 업체인 로보티즈 지분을 10.1% 사들였고 3월에는 감성인식 인공지능 분야 스타트업인 아크릴에 10억원을 지분 투자했다. 지난해부터는 웨어러블 로봇 스타트업 SG로보틱스와 기술협력을 하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외부와의 협업을 확대한 대표적 사례들이다.
무엇보다 조 부회장이 ‘로봇 전성시대’ 확신의 배경으로 5G 이동통신 도래를 거론한 것은 LG가 왜 로봇 산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지를 잘 설명해준다는 평가다. 조 부회장이 언급한 5G 시대는 ‘초(超)저지연성’을 핵심으로 한다. 전송속도가 롱텀에볼루션(LTE)보다 20배 빠르다. 4G 무선통신과 비교하면 지연속도가 10분의1 수준에 그친다. 이 때문에 로봇의 반응이 버벅거림 없이 즉각 이뤄질 수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기능까지 더해지면 인간과 로봇이 불편함 없이 상호 소통할 수 있게 된다. 장재현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5G는 전송속도는 물론 지연시간과 단말기 수용 능력에서 LTE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우수하다”면서 “5G가 본격 상용화되면 로봇을 원격 조종하는 데 있어 지연성(latency)이 크게 해소된다”고 말했다.
조 부회장이 이날 “5G의 연결고리는 로봇”이라고 밝힌 것도 로봇이 5G 시대에 비로소 인간과 격차 없이 소통할 수 있을 것으로 봤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구광모 시대’ 이끌 로봇·AI 준비 착착=40대 초반의 젊은 LG 4세 구광모 상무 시대 안착에 LG그룹 부회장 6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주력 계열사인 LG전자를 이끌고 있는 조 부회장은 그중에서도 핵심이다. 이런 점에서 조 부회장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로봇이 향후 LG의 주력사업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단순 동작만 대신하는 로봇이 아닌 가정과 산업현장에서 AI가 접목된 지능형 로봇이 LG의 주요 사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 부회장은 LG가 AI 석학 등 인재 영입 경쟁에서 다소 비켜서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인재 유치를 굳이 드러내면서 할 필요가 있느냐”며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인재 유치에 소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올해 초 미국 실리콘밸리에 AI 연구조직인 ‘어드밴스트(Advanced) AI’를 신설하는 등 핵심 인력 확보에도 뛰어든 상태다. AI 연구의 메카로 통하는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박사급 연구인력 채용에 나서는 등 AI 랩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조 부회장은 “인재가 필요한 사업이 있다면 거기에 맞춰서 준비하면 된다”면서 “AI 시대에 맞춰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