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누비는 한국·한국계 선수들이 통산 200승 합작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재미교포 애니 박(23·한국명 박보선)이 200번째 우승의 주인공이 됐다.
애니 박은 11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갤러웨이의 스톡턴시뷰 골프장(파71)에서 열린 숍라이트 클래식(총상금 175만달러) 3라운드에서 8타를 줄여 최종합계 16언더파 197타로 정상에 올랐다. 2위 요코미네 사쿠라(일본·15언더파)를 1타 차로 제친 그는 생애 첫 우승에 기념비적인 의미를 담았다.
한국 선수의 LPGA 무대 개척은 30년 전인 지난 1988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스탠더드레지스터 클래식에서 고(故) 구옥희 전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회장이 처음으로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이후 ‘코리안 군단’은 2011년 10월 최나연(31)의 사임다비 말레이시아 대회 우승으로 100승째를 찍었고 이어 6년8개월 만에 200승 고지에 올랐다.
‘K골프’가 세계 최강으로 성장하게 된 기폭제는 ‘영원한 골프여왕’ 박세리(41)였다. 1998년 메이저대회인 LPGA 챔피언십과 US 여자오픈을 연달아 제패한 그는 2010년 5월 벨 마이크로 클래식에서의 마지막 우승까지 통산 25승(메이저 5승 포함)을 쌓았다. 김미현(8승)과 박지은(6승), 한희원(6승) 등이 100승 달성을 이끌었다. 100승 이후로는 ‘박세리 키즈’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박인비(30·KB금융그룹)는 메이저 7승을 포함해 19승으로 박세리에 이어 한국인 다승 2위를 달리는 중이다. 11승의 신지애(30), 8승의 최나연, 7승의 김인경(30)도 모두 박세리를 보고 꿈을 키운 세대들이다. 리디아 고(뉴질랜드·15승), 미셸 위(미국·5승) 등 교포선수들은 33승을 보탰다. 한국 선수의 우승만 따지면 통산 167승에 달한다. 올 시즌 4승을 기록 중이고 해마다 10승 안팎을 합작하는 한국 자매들의 페이스를 볼 때 2~3년 뒤면 한국 선수 200승 금자탑을 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우승한 애니 박은 뉴욕 출신으로 2016년 LPGA 투어에 데뷔했다. 지난해 허리 부상으로 부진해 올 시즌 2부 투어를 병행했으나 이번 우승으로 정규투어 활동을 보장받았다. 롱 퍼터를 쓰는 그는 9번홀(파5) 이글 퍼트를 포함해 서너 차례 10m 안팎의 장거리 퍼트가 홀로 빨려 들어가면서 26만2,500달러(약 2억8,000만원)의 우승상금을 거머쥐었다. 2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달렸던 김세영(25·미래에셋)은 1타를 줄이는 데 그쳐 13언더파 단독 4위로 밀리면서 통산 7승 달성을 미뤘다. 전인지는 10언더파 공동 10위, 김인경은 7언더파 공동 17위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