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커밍스(75) 미국 시카고대학교 석좌교수가 기성 정치인과 구별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광기’가 역설적으로 한반도 문제 해결에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커밍스 교수는 14일(현지시간) 잡지 ‘더 네이션’과 인터뷰에서 “이번 첫 정상회담의 포인트는 북한이 더는 핵무기를 가지지 않는 국가가 되는 것과 관련한 (대화) 과정의 시작에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양보만 하고 얻은 건 없다는 미국 내 비판 여론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커밍스 교수는 우선 고(故) 김일성 주석이 북한의 최고 지도자로 등장했던 1946년 이래 미국이 북한 최고 지도자와의 대화를 거부해온 사실을 짚으면서 첫 북미정상회담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이번 정상회담에 앞서 북한이 선제적으로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 방침을 천명했다는 사실을 거론했다. 동시에 이는 오랜 기간 미국 전문가들이 요구한 사항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중지 방침을 밝혀 논란이 이는 것과 관련해 커밍스 교수는 과거 북미 대화 국면에서 대규모 연합 군사훈련이 중단된 전례가 있다면서 “미국은 1994년에도 그랬던 적이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양보 조치로 그렇게 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군이 수만 명의 병력을 동원하는 초대형 연합 훈련을 벌이는 나라는 세계에서 오직 한국밖에 없다고 지적하면서, 연합 훈련의 중단은 ‘작은 양보’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트럼프 대통령처럼 ‘도발적’이라고 표현한 대통령은 역대 미국 대통령 중에서는 없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 그는 미국으로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북한의 입장에서는 자국의 정권 전복 시나리오까지 반영한 이런 대규모 한미 연합 훈련이 충분히 위협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훈련)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고, 역사도 잘 모른다”면서도 “그의 광기는 한반도 상황을 순수한 눈으로 바라보게 한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워싱턴 외교정책과 연결성이 결여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그에게 이번과 같은 일정한 (발언의) 자유를 주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커밍스 교수는 북한이 평화협정 체결, 북미 관계 정상화에 이어 미국으로부터의 연간 10억∼20억 달러 규모의 경제지원 등을 희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의 개혁개방 노선 채택 가능성과 관련해 커밍스 교수는 한국의 많은 전문가가 김 위원장이 ‘북한의 덩샤오핑’이 되기를 원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강력한 공산당 체제에서 경제 발전을 이룩한 중국이나 베트남 모델 모두가 북한에는 매력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커밍스 교수는 그의 저작 ‘한국전쟁의 기원’으로 잘 알려져 있다.
/권혁준인턴기자 hj7790@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