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기고]농산물과 농약관리의 새 패러다임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수렵시대에서 작물을 재배해 먹거리를 구하는 농경시대로 넘어오면서 병해충을 해결하는 일은 인류의 생존과 번영에 직결되는 가장 큰 고민이 됐다. 인류가 병해충을 해결하기 위해 농약을 최초로 사용한 시기는 정확하지 않지만 성경에 따르면 기원전 1,200년께 이스라엘이 정복지 경작지의 잡초를 제거하려고 소금과 재를 뿌렸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1429년 ‘농사직설’에 말의 뼈나 누에 열탕 추출액에 종자를 담가 해충 발생을 예방했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농약은 1940년대 BHC(벤젠헥사크로라이드), DDT(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 성분을 살충제로 사용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됐다. 이후 제초제 글리포세이트, 살균제 이미녹타딘 등 무수히 많은 농약들이 개발돼 사용 중이며 지금도 새로운 농약이 등장하고 있다. 전 세계에 등록·사용되는 농약은 600여 종에 달하며, 우리나라에 농산물 잔류허용 기준이 설정돼있는 농약은 469종이다.

한국은 어느 선진국 못지않게 농약을 철저히 관리하는 국가다. 농약 잔류기준은 농산물을 수확 후 세척 없이 매일 평생 먹어도 안전한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농산물 수입이 늘며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농산물만 관리해서는 안전한 먹거리를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한 시대가 됐다.


운송 기술이 발전하고 해외 식문화 경험이 많아지며 농산물 수입 국가도 해마다 증가해 지난해에는 110개국 595개 품목에 이르게 됐다. 수입량도 2013년 796만톤에서 2016년 833만톤, 지난해 904만톤으로 해마다 3.2%씩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농약에 대한 국민들 불안감을 해소하고, 안전한 농약 관리를 하려면 농약 ‘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Positive List System, 이하 PLS)’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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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S는 농산물에 잔류허용기준이 설정되지 않은 농약의 경우 불검출 수준(0.01mg/kg이하)으로 관리하며 초과해 검출되면 농산물 유통을 금지하는 제도다. 2006년 일본에서 시작해 유럽·대만 등에서 운영 중이며, 미국·캐나다·호주 등도 이와 유사한 ‘불검출 원칙(zero tolerance)’ 제도로 농산물을 관리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9년 1월 PLS 전면 시행에 앞서 제도가 원활히 정착될 수 있도록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 추진해왔다. 견과종실류와 열대과일류를 대상으로 2015년 10월 PLS를 우선 도입한 이후 농가·업체 의견을 수렴해 2016년 12월부터 제도를 본격 시행했다. 또 쌈채소, 나물류 등 소규모 재배 작물에 대한 기준을 직접 설정해 주고 있으며 농가·국내 식품업계·농약회사·수입업체 등에게 PLS 제도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아울러 관계부처와 협업해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에도 앞장서고 있다.

국민들이 먹는 농산물은 당연히 안전하게 재배·생산돼야 한다. 농약을 사용기준에 맞게 사용한다면 PLS로 인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내년 1월 1일, 농약 PLS 시행과 함께 ‘더 강화된 농약 안전관리’로 ‘더욱 안전한 먹거리’가 확보되길 기대한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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