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책임전가…권력다툼…정신 못차린 보수

한국당 중진 책임 없이 반성만

초선들 "정계 은퇴하라" 비난

총선 불출마 선언한 김무성

당 대표 출마 대해선 "…"

바른미래는 지도부 총사퇴 속

"보수냐 진보냐" 노선갈등 가열

김성태(오른쪽)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위해 이동하는 김무성 의원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연합뉴스김성태(오른쪽)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위해 이동하는 김무성 의원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연합뉴스



싸우다 졌는데, 졌다고 또 싸운다.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자유한국당이 반성문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권력다툼으로 분열하고 있다. 당에 대한 비판만 난무할 뿐 정작 책임을 지겠다는 목소리는 없어 “의원들이 잿밥(차기 당권)에만 관심이 가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당은 15일 오후 국회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열어 새 지도부 선출을 비롯한 당의 진로를 논의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공개발언에서 “우리 당이 처한 정치생태계를 바꿔야 새로운 세력이 등장하고 새로운 도전도 가능해진다”며 “물러날 분들은 뒤로 물러나고 확실한 세대교체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의 상황은 그러나 김 원내대표의 말과는 반대로 가고 있다. 지적만 난무할 뿐 ‘내가 잘못했으니…’라는 인정과 책임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번 사태를 1인칭에서 바라봐야 할 당사자들이 3인칭 관찰자 시점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실제로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중진들은 잇따라 반성문을 쏟아냈다. 5선의 심재철 의원은 페이스북에 “남은 것은 통렬한 자기반성과 철저한 자기혁신밖에 없다”고 주장했고 4선의 정우택 의원은 “보수는 죽었다.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돌이켜보고 가슴에 새겨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4선인 나경원 의원 역시 “당과 보수가 잘못된 길을 가는데도 더 용기 있게 말하지 못한 것을 반성한다”며 “모두 버리고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선 의원들은 중진들이 당면과제에 뒷짐 지고 있다며 공개 비판에 나섰다. 김순례·김성태(비례)·성일종·이은권·정종섭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10년간 보수정치의 실패에 책임이 있는 중진들은 정계 은퇴를 하고 당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중진은 당 운영의 전면에 나서지 말라”고 요구했다. 특정 의원을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계파싸움에 골몰하며 내홍을 부추겨온 중진을 싸잡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내분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한국당 의원들이 ‘잘못도 했고 희생도 해야 하는데 그게 나는 아니다’라는 인식에 사로잡혀 있다”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한편 김무성 의원은 이날 의총에서 “당 재건을 위해 나부터 내려놓겠다”며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다만 차기 당 대표 출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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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도 사정이 비슷하다. 박주선 공동대표와 최고위원(6명)은 이날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동반 사퇴하기로 했다. 당은 2개월 내로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열고 그전까지는 김동철 원내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열 재정비를 위해 지도부 총사퇴까지 감행했지만 ‘개혁 보수’를 주장하는 바른정당 출신과 ‘합리적 진보’를 외치는 국민의당 출신 간 미묘한 갈등은 이어지고 있다. 박 공동대표는 이날 “(당 안팎에서) 보수만 이야기했지 진보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는 비판이 있다”고 말했다. 전날 사의를 표명한 유승민 공동대표가 당의 정체성 혼란을 지적하며 보수정치를 강조한 데 대한 일침이었다. 이처럼 통합 이후 누적돼온 노선 갈등이 선거 패배를 계기로 폭발함에 따라 향후 당 재편 과정에서 계파 대립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송주희·류호·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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