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얼굴 바꾸고 사양 높이고...SUV '미들급' 전쟁 치열해진다

첨단장치 장착 신형 티구안 돌풍에

스포티지·투싼 페이스리프트 공개

안전·편의사양도 신차급 업그레이드

인피니티, 뉴 QX50 등 라인업 강화

재규어, 강력 퍼포먼스 E페이스 출시

벤츠 GLC·BMW X3 아성에 도전

폭스바겐이 디젤게이트 이후 2년 여만에 한국 시장에 복귀해 내놓은 신형 티구안은 지난 5월 1,561대가 팔리며 월별 사상 최대 판매대수를 기록했다./사진제공=폭스바겐코리아폭스바겐이 디젤게이트 이후 2년 여만에 한국 시장에 복귀해 내놓은 신형 티구안은 지난 5월 1,561대가 팔리며 월별 사상 최대 판매대수를 기록했다./사진제공=폭스바겐코리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이경모(35) 씨는 2015년식 폭스바겐 ‘티구안’을 구입해 타고 있다. 탄탄한 하체로 고속 주행 안정감이 뛰어나고 핸들링도 민첩해 구입 후 상당한 만족하며 타고 있었다. 다만 좁은 트렁크 공간과 국내 차량보다 낮은 편의사양, 2011년 페이스리프트된 외형이 다소 오래된 차의 느낌을 준다는 점이 불만이었다.

이러던 차에 지난달 초 이 씨에게 문자메시지가 왔다. 폭스바겐 전시장이었다. 차 값 8%를 할인하고 중고차를 넘기면(트레이드인) 200여 만원을 추가로 할인해주는 파격 프로모션 안내. 이렇게 하면 신형 티구안 가격이 약 3,400만원 선으로 떨어진다. 중고차 가격을 고려할 때 약 1,000만원만 있으면 신형 티구안 구매가 가능하다. 신형 티구안은 구형 대비 트렁크 공간이 470ℓ 늘어나고 차선유지장치, 부분자율주행 기술 등 첨단 사양도 대거 장착됐다. 이 씨는 “구형 티구안의 불만 사안들이 대거 개선돼 구매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젤 게이트’로 한국을 떠난 지 2년 만에 복귀한 폭스바겐 티구안의 돌풍으로 국내 중형 SUV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폭스바겐의 주력 SUV인 티구안은 2007년 공개된 후 전 세계에서 300만대 이상 팔린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한국에서는 2014년 8,106대, 2015년 9,467대가 팔리며 2년 연속 수입차 판매 1위에 기록하기도 했다. 복귀한 티구안은 5월 한 달간 1,561대를 판매하며 기존 월별 최대 판매기록(1,228대)를 갈아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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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모터쇼에서 현대자동차가 공개한 투싼 페이스리프트 모델. 전면 그릴과 헤드램프에 직선을 강조했고 각종 편의사양과 첨단 운전보조기능이 탑재된다./사진제공=현대차부산국제모터쇼에서 현대자동차가 공개한 투싼 페이스리프트 모델. 전면 그릴과 헤드램프에 직선을 강조했고 각종 편의사양과 첨단 운전보조기능이 탑재된다./사진제공=현대차


국내 중형 SUV 시장은 사실상 현대자동차 ‘투싼’과 기아차 ‘스포티지’가 양분하고 있다. 투싼은 지난해 약 4만6,000대, 스포티지는 4만2,000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하지만 티구안의 인기에 국내 중형 SUV의 강자 투싼과 스포티지도 얼굴과 체질을 바꾸며 대응에 나섰다. 티구안의 월 평균 판매량이 투싼과 스포티지의 월 평균 판매량(약 2,000~3,000여대 이상)의 절반에 육박하면서 고객 이탈이 가시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기아차 유럽법인은 범퍼와 램프, 휠 모양을 더욱 세련되게 바꾼 스포티지 페이스리프트 외관을 공개했다. 국내에도 3·4분기 이후 상품성이 개선된 스포티지가 판매될 전망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안전과 첨단 편의 사양 등이 업그레이드돼 신차급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지난 7일 개막한 부산국제모터쇼에서 그릴과 전면 헤드램프에 직선을 강조한 투싼 페이스리프트를 공개했다. 동급 최초로 스마트그루즈컨트롤과 서라운드뷰모니터 등 첨단 운전보조 사양이 탑재됐다.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중형 SUV의 경쟁은 세계대전을 방불케 한다. 국내 프리미엄 SUV 판매량은 2011년 1만1,000여대에서 지난해 4만7,000대로 6년 만에 4배 넘게 늘었다. 이 가운데 절반(2만1,000여대)이 중형 SUV다. 2011년 연 평균 4,100여대이던 프리미엄 중형 SUV 판매대수는 지난해 2만2,000여대에 육박했다. 국내 프리미엄 중형 SUV 시장은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주도하고 있다. 벤츠 ‘GLC’(쿠페 포함)는 지난해에만 4,497대를 판매해 프리미엄 중형 SUV 시장의 20%, BMW ‘X3’와 쿠페형 ‘X4’도 총 2,973대가 판매됐다. 올해 신형으로 교체된 X3는 5월까지 지난해 전체 판매량의 77%에 달하는 1,189대를 판매하며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중형 SUV GLC는 지난해 4,497대를 판매하며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사진제공=벤츠코리아메르세데스-벤츠의 중형 SUV GLC는 지난해 4,497대를 판매하며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사진제공=벤츠코리아


최근 2018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인피니티는 ‘올 뉴 QX50’을 내놓으며 이 시장에 도전했다. QX50은 2ℓ엔진에 272마력의 강력한 힘을 내는 모델로 독일 차의 대항마다. 강승원 인피니티코리아 대표는 “QX50을 필두로 SUV 라인업을 대폭 강화해 고객들의 수요에 부응하고 프리미엄 SUV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자리매김하겠다”고 강조했다. 영국 대표 스포츠카 브랜드인 재규어도 중형 SUV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4월 재규어코리아는 스포츠카의 DNA를 갖춘 중형 SUV ‘E-페이스’를 국내에 내놨다. 거대한 사각형 그릴과 근육질을 잘 다듬어 놓은 외형 디자인에 자동차 전문지 워즈오토가 ‘2018 세계 10대 엔진’으로 선정한 2 ℓ인제니움 엔진을 탑재해 강력한 퍼포먼스를 자랑한다. LED 헤드램프와 파노라믹선루프 등에 더해 차선유지장치 등 첨단 사양도 장착됐다. 무엇보다 경쟁 독일차 브랜드보다 1,000만원 가량 낮은 5,530만원에 시작하는 가격도 매력적이다. 볼보의 ‘더 뉴 XC60’도 올 들어 950여대가 팔리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재규어는 스포츠 세단을 만드는 브랜드 이미지를 탈피해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대거 선보이고 있다. ‘E-페이스’는 스포츠카에 버금가는 운동성능에 실용성까지 겸비했다. /사진제공=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재규어는 스포츠 세단을 만드는 브랜드 이미지를 탈피해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대거 선보이고 있다. ‘E-페이스’는 스포츠카에 버금가는 운동성능에 실용성까지 겸비했다. /사진제공=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이에 벤츠와 BMW도 반격에 나서고 있어 수입 SUV 시장의 미들급 전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BMW는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신형 X4를 선보였다. X3가 신형으로 교체된 후 판매량이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X4도 인기가 기대된다. 벤츠도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브랜드 ‘EQ’의 중형 SUV ‘더 뉴 GLC 350e 4매틱‘을 내놨다.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중형 세단보다 중형 SUV 인기가 더 높아지고 있다”며 “국내도 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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