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제협력 테마주의 인기는 사그라들었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증권가에서는 경협주가 당분간 조정을 거친 후 남북 관계 진전에 따라 재매수할 타이밍이 포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일 북미 정상회담 후 경협주 주가는 급락하고 있다. 지뢰제거 관련주로 꼽혀 온 퍼스텍(010820)은 지난 15일까지 19.3%나 떨어졌고, 개성공단 관련주인 좋은사람들(033340)이 19.2%, 시멘트주 성신양회우(004985)가 18.6% 하락했다. 이재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북미 정상회담 이후 건설·조선 업종을 중심으로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고 있다”며 “북미 정상회담이 비핵화, 경협이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은 채로 끝났기 때문에 차익 실현이 늘어날 수 있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건설업종 지수는 5.95%, 기계 업종은 4.06%, 철강·금속은 2.06% 하락했다.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경협주가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시가총액 기준)은 약 4%로 경협주의 급락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KB증권도 경협주의 코스피지수 기여분이 1.1%포인트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경협주 매매 주체가 대부분 개인투자자이며, 주로 개인들이 빚을 내 주식을 샀음을 의미하는 신용융자 금액이 12조6,000억원을 넘어서면서 사상 최대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이 때문에 변동성에 주의하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이 양호한 종목을 위주로 살펴보고 이후 북미 실무회담, 북한 미사일 실험 기지 폐쇄 등의 진전에 따라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행히 증권가에서는 경협주가 반짝 상승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윤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북미 정상회담의 후속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긍정적인 뉴스가 잇따라 발표될 것”이라며 “다시 경협주의 매력이 높아지면서 역사적인 매수 기회가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경협의 우선순위는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 기존 사업과 접경지역의 도로·항만 건설인 만큼 관련주에 주목하라는 조언이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도 “독일도 통일되기 전 기대감이 먼저 반영돼 내수주가 올랐고, 정작 베를린장벽 붕괴 후 2개월간 관련 업종이 조정을 겪었다”며 “남북 경협주가 반등하는 시점은 비핵화 실행이 구체화되고 대북 제재가 해제되는 시기”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경협이 시작되기 전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 비료, 의약품, 농기계 지원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