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지금이 밀어붙이기식 금리인하 압박할 땐가

금융당국이 또 가산금리를 언급하며 은행권 압박에 나섰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임원회의와 시장전문가 간담회에서 잇달아 가산금리 산정의 불합리성을 지적했다. 은행의 가산금리 산정체계를 점검해보니 합리적이지 못한 사례들이 다수 확인됐다는 것이다. 윤 원장의 발언 취지는 짐작할 만하다. 미국발 금리 인상 여파가 심상찮으니 은행권에 금리 인상을 자제하고 가급적 인하하라는 메시지다.


금융당국이 취약한 가계·기업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의도를 탓할 수는 없다. 은행권도 여지가 있다면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 대출이자든, 가산금리든 본질은 자금 수급에 따라 결정되는 돈의 값이다. 나아가 금리 수준은 은행의 영업·경영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이런 측면에서 금감원의 행보는 가격 개입이자 경영 간섭일 수 있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은 ‘가산금리가 이상하다’는 등 은행을 압박하는 말을 수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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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사례를 보면 보수와 진보에 상관없이 역대 정권은 금리에 손을 대고 싶어 했다.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담합한 혐의가 있다며 조사에 나섰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렸는데 왜 은행들이 따라 내리지 않는지 알아보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공정위의 조사는 이렇다 할 결과 없이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2012년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담합 조사도 4년 만에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

정부의 엄포에 못 이겨 가산금리가 내려가더라도 얼마 안 가 이전으로 복귀하는 게 다반사다. ‘관제금리’ 효과는 일시적이라는 얘기다. 이제 은행을 다그쳐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통제하려는 시도는 그만둘 때가 됐다. 가산금리는 실효성 있는 공시제도를 통해 소비자들이 은행을 선택하도록 하면 된다. 마침 금감원이 공시에 가산금리 내역 등 세부 내용을 포함하도록 하는 대출금리체계 개선방안을 마련했다니 잘 됐다. 진정 금리 상승으로 인한 혼란이 걱정된다면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는 등 불안요인 해소에 집중하는 게 금융당국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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