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월드컵 족집게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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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11일부터 한 달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제19회 월드컵 축구대회에서는 운동장 밖에서 세계 축구팬들의 주목을 받는 존재가 하나 등장했다. 신통력을 가진 문어 ‘파울(Paul)’이었다. 독일의 한 수족관에서 사는 이 족집게 문어는 독일이 출전한 예선전부터 16강·8강·준결승·3~4위전에 이르는 7경기는 물론이고 결승전에서 스페인의 우승까지 정확하게 예측해 100% 승률을 자랑했다. 역대 대회와는 달리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가 나타나지 않아 다소 맥이 빠졌던 축구팬들은 파울의 신통력을 보고 열광했다. 파울의 예언이 백발백중하자 점괘가 나올 때마다 축구팬들의 환호와 탄식이 엇갈렸다. 준결승전을 앞두고 파울이 독일 대신 스페인 국기가 들어 있는 홍합을 선택하자 실망한 독일의 한 축구팬은 “프라이팬에 올려 먹어야겠다”는 협박 e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이후 월드컵 축구대회 때마다 제2의 파울이 되기 위한 동물들의 출사표가 이어지고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낙타 점쟁이가 나타났다. 두바이에 살고 있는 ‘샤힌’이라는 이름의 낙타는 예선전 빅매치인 브라질-크로아티아, 스페인-네덜란드, 이탈리아-잉글랜드, 아르헨티나-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경기 결과를 정확히 맞혔다. 하지만 모든 점쟁이 동물이 다 족집게가 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지난해 러시아에서 열린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는 모스크바 인근 동물원에 사는 ‘니카’라는 북극곰이 준결승 두 경기 결과를 모두 틀려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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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러시아 월드컵 대회에서는 고양이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예르미타시 박물관에 사는 흰색 고양이 ‘아킬레스’는 지난 13일 열린 이벤트 행사에서 개막전 승자로 러시아를 꼽았다. 아킬레스는 개막전 국가인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국기 앞에 놓인 그릇 가운데 러시아 쪽 그릇의 먹이를 선택했다. 14일 열린 실제 경기에서 러시아가 5대0 승리를 거두면서 아킬레스는 월드컵 족집게 후보로 급부상했다. 축구뿐만 아니라 다른 스포츠도 마찬가지지만 경기 순위가 꼭 실력대로만 매겨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운도 많이 작용한다. 축구팬들이 동물까지 등장시켜 승부 예측에 열광하는 것도 이 같은 의외성 때문이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아킬레스가 어떤 예언을 내놓을지, 또 그에 따라 누가 웃고 울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오철수 논설실장

오철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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