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칼럼]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지금이 기회다

안의식 탐사기획팀장·부국장

지역구도 타파 늘 주장해온 與도

득표율보다 당선자 적게 낸 野도

비례성 강화 제도개편 거부못할것

이참에 후진적 제도 개선 힘모아야

안의식 부장



6·13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이 의도적으로 ‘겸손함’을 강조하며 표정관리에 나서고 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선거 후 열린 각종 모임에서 “민주당은 승리에 도취해 자만하지 않겠다”며 ‘무거운 책임감과 낮은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역시 ‘겸손한 권력이 돼야 하고 자만은 금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말로만 겸손’이 아닌 실제 겸손한 권력이 되기 위한 시금석은 무엇일까. 그중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그동안 그렇게 강조해오던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 즉 비례성을 높이기 위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여부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공약을 통해, 또 대통령 발의 개헌안을 통해 ‘선거제도의 비례성 증진’을 강조해왔다. 구체적으로는 선거관리위원회도 지난 2015년 2월에 제시한 바 있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이다.


하지만 이번 6·13지방선거에서 압승한 민주당이 마음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 서울·수도권과 충청권, 전라권 압승은 물론 부산·경남에서까지 승리한 민주당에 현재 ‘소선거구제+일부 소수 비례대표제’의 국회의원 선거제도가 앞으로도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의 이해찬 전 총리는 최근 한 방송에서 “적어도 (다음) 총선에서 단독 과반수가 넘어야 한다”며 “그래야 다른 당에 신세 안 지고 정국을 주도적으로 끌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만을 그대로 대비하면 현재의 국회의원 선거제도가 단독과반을 확보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구도 타파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물론 문 대통령의 평생 소원이고 그동안 민주당과 청와대에서 지속적으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강조해온 만큼 이를 뒤집는 것은 명분상 어렵다. 또 향후 정국안정을 위해서는 군소정당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군소정당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 찬성한다.


자유한국당도 이번 지방선거 참패에 따라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과거보다는 훨씬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처지가 됐다. 한국당은 그동안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를 반대해왔다. 즉 과거 선거에서 광주와 전라남북도의 한국당 고정지지율은 5~10%인 반면 대구와 경남북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이 30~35%를 차지하기 때문에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이 시작부터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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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한국당은 부산·경남에서도 패배하면서 득표율에 비해 훨씬 적은 당선자를 기록했다. 즉 부산에서 한국당의 광역 비례득표율은 36.73%였다. 반면 구청장은 16곳 중 2곳(12.5%)만 승리했고 광역의원은 4명(9.52%)의 당선자만 기록했다. 수도권에서도 한국당 당선자는 득표율에 훨씬 못 미쳤다. 서울의 한국당 광역 비례득표율은 25.24%였지만 구청장은 25곳 중 1곳(4.0%), 광역 서울시의원은 100명 중 3명(3.0%)만 당선됐다. 경기도 역시 광역 비례득표율은 25.47%였지만 시장·군수 당선자 수는 총 31명 중 2명(6.45%), 경기도 광역의회 의원은 129명 중 단 1명(0.78%)만 당선됐다.

물론 이는 이번 6·13지방선거 결과에 따른 것이고 앞으로 2년 후인 21대 총선에서의 정치상황은 어떻게 바뀔지 누구도 모른다. △남북·북미 해빙무드의 지속 여부 △현재의 어려운 경제상황이 얼마나 더 악화될지, 혹은 호전될지 여부 △그리고 그 종합인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 변화 등이 모두 큰 변수다. 하지만 이 같은 불확실성이 오히려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정협상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사표는 무려 50.33%였다. 절반이 넘는 국민들의 정치적 의사가 선거결과에 반영되지 않은 셈이다. 19대 때는 46.44%, 18대는 47.09%가 사표였다. 이번이 이 같은 선거제도의 후진성을 벗을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miracle@sedaily.com

안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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