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이 지방선거 참패 이후 당의 진로를 놓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틈을 타 여당이 역점 과제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방선거 압승의 기세를 몰아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 후속대책 마련, 보유세 인상 그리고 남북 경협 제도화 등의 과제를 관철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20일에도 고위당정청회의를 열어 남북·북미 정상회담의 후속조치 및 경제·노동 현안을 집중적으로 점검한다.
◇남북 경협 제도화=민주당은 ‘판문점 선언’을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민주당 의원 모임인 ‘국회 통합과 상생포럼’과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는 19일 조찬 간담회를 열고 남북 교통 인프라 구축 추진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표면상 간담회지만 당 지도부는 물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천해성 통일부 차관 등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사실상 당정 회의 수준으로 진행됐다. 이날 홍영표 원내대표는 “한반도 신경제지도로 대표되는 남북 경협의 핵심은 교통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적어도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는 남북 간 철도·도로와 가스관 정도는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홍 원내대표는 국회 내 남북관계특별위원회 구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보유세 인상 속도=그간 군불만 때왔던 보유세 개편에도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추미애 대표가 전면에 나섰다. 이날 ‘헨리조지와 지대개혁’ 출간 기념 토론회에 참석한 그는 “임대료·지대에 대한 제동장치를 법제화하지 못한 정책은 경제와 정치의 직무유기”라며 “문 정부의 의지를 믿어주시고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해주신 분들을 잊지 않으면서 정치적 해법 모색에 힘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보유세 인상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만큼 지방선거 압승의 기세를 몰아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세법개정안 통과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선거 직후 ‘경제정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것도 보유세 개편 추진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임대차보호법 조기 처리=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이날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정부’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도록 산업·노동 등 모든 경제정책의 목표를 일자리 창출에 두겠다”면서 “민주당은 정부와 함께 일자리 총력전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최근 고용시장 동향이 심상치 않다”면서 “민주당은 심각성을 잘 알고 있고 절박한 심정과 과감한 대책으로 앞장서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른바 ‘궁중족발’ 사건과 관련해 “제2, 제3의 궁중족발 사태를 방지하려면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이 시급하다”며 “계약갱신청구권 기한을 현재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해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하루빨리 상대임대차보호법과 같은 민생법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