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안보가 중요하다고 하면서 정작 자식을 군대에 보내지 않은 보수정권 고관대작·정치인들은 왜 이리 많은가”라며 “스스로 표를 까먹어 가며 보수 운운하는 게으르고 무능한 ‘가짜 보수’에 표를 줄 국민은 없다”고 비판했다.
현재 한국당 상임고문이기도 한 김 전 의장은 “보수 야당은 생존과 몰락의 기로에 서 있다. 전국정당으로서의 위세는커녕 지역 정당으로 전락했고 존립기반 자체를 걱정해야 할 형편”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더 걱정스러운 것은 책임지고 물러나야 할 사람들만 잔뜩 있고, 난국을 짊어지고 헤쳐나갈 지도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참담한 심판을 받은 야당이 새롭게 태어나려면 국민의 혈세인 국고보조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보수 야당을 죄인에 비유했다. 죄목으로는 △새로운 인물을 키우지 못한 죄 △권력의 사유화에 침묵한 죄 △계파 이익을 챙기느라 국민 전체 이익을 돌보지 않은 죄 △집권 여당에 대응하지도 못하면서 대안 제시도 못한 죄 등을 꼽았다.
특히 김 전 의장은 “보수라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진보 진영의 정책에 대해 침묵하는 무책임한 태도가 계속되면 국민의 외면이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고용절벽·청년실업·취업난에 원전 폐쇄, 얼마 남지 않은 반도체 호황기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때 보수 정당·정치인은 어디서 무엇을 하느냐”며 “중산층이 무너지고 진보 진영이 교육 평준화와 무상급식으로 환호성을 지를 때 보수는 눈치 보기만 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켜왔다고 자부하는 보수 정치인이라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덤벼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우리 정치사에서 가장 못난 야당을 상대로 한 승리가 그리 즐거워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며 “(정치권은) 이념 문제를 떠나 반성하지 않고 변화를 주도하지 못하는 정치 세력은 몰락할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김 전 의장을 비롯해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비전을 설계한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남덕우기념사업회장)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김 부의장은 “보수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 시장경제 우월성과 같은 주장도 나오면 좋겠다”며 “한 사회가 지나치게 한쪽으로 경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는 “이번 지방선거는 야당의 전패가 아니라 포퓰리즘의 승리”라며 “보수 진영은 민간주도 시장경제 이념을 복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 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용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등도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