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의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가 의원총회 하루가 지난 22일에도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지방선거 참패 이후 당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계파 싸움이 본격화되면서 당 내에서는 심상치 않은 냉기가 흐르고 있다.
전날 5시간 넘게 진행된 의원총회에서 친박계는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물어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의 사퇴와 함께 사실상 비박계 좌장인 김무성 의원의 탈당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김성태 대행은 자신이 제시한 혁신안대로 다음 주 초 혁신비상대책위원회준비위를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반발하는 목소리를 수용하는 대신 정면돌파를 선언한 것이다.
비박계 내부에서 ‘친박계에 반격의 빌미를 줬다’는 말이 나온 박성중 의원의 ‘메모 노출’과 관련해서는 박 의원을 윤리위에 제소해 논란의 여지를 두지 않을 방침이다.
비박계 의원들도 계파 갈등 확산을 우려하며 눈에 띄는 모임은 삼가면서도 김 대행에게 힘을 싣고 있다.
비박계 한 재선 의원은 “‘박성중 메모’를 갖고 친박들이 김 대행에게 뒤집어씌워서 끌어내리려 했는데 이제 박 의원을 윤리위에 제소한 만큼 친박계가 더는 김 대행을 흔들 명분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대행의 ‘혁신안 강행’에 친박계는 즉각 “월권을 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친박계 일부 의원들은 ‘김성태 퇴진 연판장’을 돌리고 ‘불신임 표결’ 의원총회를 추진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112명 의원 중 70∼80명이 김 대행 퇴진에 동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친박계의 한 재선 의원은 “초·재선들은 ‘더는 김 대행은 안 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독선적 리더십의 김성태는 ‘홍준표 시즌2’에 불과하다”고 했다.
다른 의원은 “복당파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당을) 나갔다가 슬그머니 들어와 ‘홍준표 사당화 원맨쇼’에 부역했다”며 “두 달 넘게 싸워서라도 종기를 도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친박계와 비박계가 정면 충돌한 상황에서 한국당 초선과 재선 의원들은 오는 25일 국회에서 연석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모임은 친박계가 주축으로, 여기서 김 대행 퇴진을 위한 연판장을 돌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