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스포츠 스포츠

[러시아월드컵] "완벽하게 아름다운 골" 넣고도 통한의눈물 쏟은 손흥민

"찬스 더 살리고 주장 짐 나눴어야 했는데…국민과 동료에 죄송"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2018러시아월드컵 멕시코전이 끝난 뒤 라커룸을 찾아 패배에 눈물짓는 축구대표팀의 손흥민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24일 2018러시아월드컵 멕시코전이 끝난 뒤 라커룸을 찾아 패배에 눈물짓는 축구대표팀의 손흥민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러시아월드컵 한국-멕시코전이 끝난 24일(한국시간) 로스토프아레나는 온통 스페인어 함성으로 뒤덮였다. “엘 프로페 오소리오(오소리오 교수님)!” 멕시코의 4만 관중이 입을 모아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감독을 연호하는 소리였다. 전략·전술에 능한 오소리오의 별명은 ‘교수님’이다.

2대1로 승리한 멕시코의 떠들썩한 축제 분위기 속에 손흥민(26·토트넘)은 유독 분주했다. 좌절감에 그라운드에 눕거나 털썩 주저앉은 동료들을 일일이 일으켜 세우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님을 일깨웠다.


그라운드에서는 감정을 꾹꾹 눌러 담은 손흥민이었지만 취재진을 보자 눈물이 터졌다. “국민과 동료들에게 많이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울먹였다. 4년 전 브라질월드컵 때도 손흥민은 2차전을 마친 뒤 펑펑 울었다. 이번에는 그때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눈물이었다. 막내였던 당시는 ‘1승 제물’이던 알제리에 2대4로 대패한 데 분을 삭이지 못했다. 4년이 흐른 지금은 어엿한 팀의 주축이다. 4년 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간판 골잡이로 발돋움하기도 했다. 손흥민은 에이스이면서 월드컵이 처음인 동료들을 그라운드 안팎에서 끌고 가는 역할을 자처했다.

관련기사



섭씨 30도가 넘는 더위에도 손흥민은 미친 듯 뛰어다니며 9개의 슈팅을 날렸다. 그야말로 고군분투였다. 전·후반 총 8.8㎞를 뛴 그는 막판 체력 소진으로 거친 숨을 몰아쉬는 가운데서도 후반 추가시간 짜릿한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완벽하게 아름다운 골”이라고 했다. BBC는 손흥민에게 팀 내 최고인 평점 6.79점을 매겼다.

월드컵 2회 연속 득점으로 이름값을 했지만 손흥민은 팬들에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제가 많이 미안하다. 우리가 강팀이 아닌 이상 찬스가 왔을 때 해결했어야 하는데 아쉽다”며 “월드컵을 경험해보지 못한 어린 선수들이 잘해줘서 정말 고맙고 팀원으로 많이 미안하다”고 했다. 주장인 기성용(스완지시티)이 지고 있는 짐을 나눠야 하는데 그런 부분을 못 해줬다며 또 미안해했다.

“월드컵은 무서운 무대다. 진짜 잘 준비해도 부족한 게 월드컵”이라고 강조한 손흥민은 “포기는 이르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나라를 위해 죽기 살기로 하겠다”는 독일전 각오를 남겼다.


양준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 태그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