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혁신성장 금융이 이끈다] 저신용자에 맞춤형 중금리 대출도 잇달아

NH 4.65~11.73% 금리 적용

KEB는 모바일 전용상품 내놔

신한도 대출 플랫폼 내달 선봬

신용분석기술 수준 고도화로

부실 위험도 크게 줄어들어

중금리 대출 시장 확산 가능성




금리 상승기를 맞아 은행들이 저신용 등급 등 취약차주를 위한 다양한 대책 마련에도 나서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3월 말 고위험가구는 34만6,000가구로 부채를 진 전체 가구 대비 3.1%였다. 지난 2016년 3월 말(31만2,000가구)보다 3만4,000가구 늘었다.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전체 금융부채 보유가구 대비 고위험가구가 3.1%에서 3.5%로 0.4%포인트 올라간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2%포인트 상승하면 전체 고위험가구 비중이 4.2%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봤다. 고위험가구는 소득 대비 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를 초과하고 자산평가액 대비 총부채(DTA)가 100%를 넘는 가구를 뜻한다. 소득이나 자산 매각으로 부채를 상환하기 어려운 가구가 점차 늘어난다는 의미다.

금융권이 저신용자들이 고금리 사채 시장으로 내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중금리 대출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일반적으로 중금리 대출은 신용등급 4~6등급의 차주(借主)가 10% 안팎의 금리로 담보 없이 5,000만원 미만의 금액을 빌리는 것을 뜻한다. 차주 부담이 그만큼 늘어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들은 새 상품을 내놓거나 기존 상품의 금리까지 인하하고 있다. 없던 중금리 시장을 개척하는 효과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저금리인 시중은행들이 은행권과 제2금융권 사이의 대출 사각지대를 해소한다는 의미도 있다.

국내 은행권에서는 NH농협은행이 4월 ‘NH e직장인중금리대출’을 출시하면서 중금리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 그동안 시중은행들이 사잇돌이나 새희망홀씨와 같은 정부 보증 정책금융 상품의 일환으로 중금리 대출을 내놓은 적은 있지만 자체적으로 중금리 신용대출을 내놓은 것은 이 상품이 사실상 처음이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최대 2,000만원까지 4.65~11.73%의 금리(6월 기준)를 적용해 대출한다. 법정 최고한도가 24%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금리로 저신용자들의 수요를 끌어낼 수 있다.


KEB하나은행도 지난달 모바일 전용 대출 상품인 ‘KEB하나편한대출’을 출시했다. 기존에 거래가 없던 고객도 대출한도를 조회할 수 있으며 최대 1,000만원을 3년(분할상환 기준)까지 빌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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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은 신한은행과 신한카드·신한저축은행 등 계열사의 중금리 상품을 하나로 모은 별도의 대출 플랫폼을 다음달 선보일 예정이다. 신한금융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한눈에 금리를 비교해보고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고를 수 있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이 밖에 우리은행은 2015년 출시한 ‘위비모바일대출’을 중금리 대출 상품으로 전환하기 위한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고 KB국민은행 역시 중금리 대출을 위한 별도 신용평가 모형 개발에 들어갔다.

은행들의 중금리 대출 확대전략은 앞으로 더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당국이 중금리 대출을 독려하고 있다는 점도 반영됐지만 이제는 새로운 대출 시장을 창출해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따라 생색 내기 상품만 내놓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은행의 이익을 위해서도 중금리 대출 시장을 바라보는 은행의 시각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더구나 빅데이터 분석이나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기술이 도입되면서 개인신용 분석기술이 높아져 부실 위험도 줄어든 만큼 은행들이 윈윈 차원에서 중금리 시장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을 통해 신용분석 수준이 높아져 중금리 대출 시장에 적극적으로 가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은 최근 중금리 상품에 모두 자체 개발한 신용평가 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신용등급과 소득 수준만을 따져 대출을 내주는 게 아니라 수입 및 지출의 패턴 및 차주의 현금흐름 등을 꼼꼼히 분석해 대출 여부를 결정한다는 게 이들 은행의 설명이다. 시중은행의 가세로 중금리 대출 시장이 치열해지면서 결과적으로 저신용 서민들이 혜택을 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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