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난민 문제에 발목이 잡혀 고립되는 사이 독일 여론이 극우당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메르켈 총리가 주도한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합의 도출에 실패하고 국내에서는 난민정책을 둘러싼 연정의 갈등이 심화하면서 여론이 집권세력에 등을 돌리는 가운데 극우당이 반사이익으로 연일 지지기반을 넓히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독일 여론조사기관 엠니트가 일간 빌트의 의뢰로 지난 14∼20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의 지지율이 전주 조사 때보다 2%포인트 떨어진 31%에 그쳤다고 전했다. 대연정 파트너인 사회민주당은 18% 지지에 머물러 대연정의 합계 지지는 49%로 과반에 미달했다. 반면 지난 총선에서 12% 넘는 득표율로 60년 만에 의회에 진출한 극우정당 ‘독일을위한대안(AfD)’의 지지율은 16%로 1%포인트 올랐다. 이는 지금까지 엠니트가 실시한 여론조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독일 대연정은 기사당이 난민강경책을 들고 나오자 난민에게 관용적인 기민·사민당이 이에 반대하면서 파열음을 내기 시작했다. 기사당 대표인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은 난민이 EU 내 다른 국가에 이미 망명신청을 했거나 신분증이 없으면 독일 입국을 거부하는 정책을 추진했지만 기민당의 반대에 부딪치자 일단 메르켈 총리가 EU 차원에서 공동으로 난민정책을 수립할 때까지 정책 추진을 보류하기로 했다. 하지만 24일 브뤼셀에서 비공식회의를 연 EU 16개국 정상들이 합의 도출에 실패하며 EU 차원의 해법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제기되자 독일 정계에서는 대연정 내각 붕괴 시나리오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회의 후 “회의에서 일부 견해차에도 불구하고 많은 통합을 이뤘다”고 강조했지만 관련국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려 오는 28~29일 정례 EU 정상회의에서도 난민 문제 해결의 묘안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우려 속에 메르켈 총리의 우군인 사민당이 라르스 클링바일 사무총장 주재로 22일 내부회의에서 조기총선 가능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연정 붕괴 우려가 점차 고조되고 있다. 안드레아 날레스 사민당 대표는 빌트암존탁과의 인터뷰에서 “기민·기사 연합이 아직도 정부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알고 싶다”며 26일 열리는 대연정 3당 대표 간 회담에서 솔직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