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당국은 중기대출 늘리라는데…시중銀 "리스크 관리 어쩌나"

4년간 중기대출 늘려온 신한은행

금리인상 겹쳐 올 연체율 0.2%P↑

'생산적 금융' 강조하는 분위기에

공격경영 나서지만 부실우려 상존




신한은행이 최근 비외부감사 법인을 중심으로 중소기업 연체율이 급격히 늘어나며 내부적으로 비상이 걸렸다. 내부 분석결과 최근 4년간 중소기업 대출을 급격히 늘린 것이 금리 인상과 맞물려 급격한 부실 증가로 이어진 것이라는 결론이 났다. 은행들은 이를 지켜보면서 생산적 금융을 앞세워 중기대출 확대를 주문하는 당국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25일 금융권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의 중기대출 연체율은 완만하게 유지되는 반면 신한은행은 이달 연체율이 지난해 말 대비 0.2%포인트나 상승한 0.6%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스크 관리의 대명사로 알려진 신한은행이 나홀로 연체율이 뛰면서 신한은행은 물론 다른 은행들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신한은행의 중기 대출 연체율 증가는 최근 4년간 비외감 중기대출을 급격히 늘려왔는데 금리 인상과 맞물려 가장 먼저 부실화된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신한은행은 지난 4년간 시중은행 중에서 중기대출 실적 1위를 차지했고 중기대출 잔액은 지난 2016년 6월 70조원에서 올해 4월 80조원으로 2년 사이 10조원이 늘었다.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이른다. 다른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에 집착할 때 발 빠르게 기업여신으로 눈을 돌렸지만 돌아온 것은 오히려 연체율 상승이라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량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은 은행 대출을 쓰지 않기 때문에 주로 비외감 중소기업을 상대로 대출영업을 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이들 기업은 영세하고 경기에 민감해 지금과 같은 경기부진 상황과 금리 인상기에는 가장 먼저 부실이 찾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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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수준의 연체율이 건전성 측면에서 우려할 단계는 아니지만 미국발 추가금리 인상 여파로 국내 금리가 단기간에 가파르게 오르면 이들 기업의 부실이 급격히 늘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충당금 적립 등 은행 실적도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아직 중기 여신에 대한 절차를 강화하는 등의 스탠스(입장)을 바꾸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신용 상태와 영업 상황에 대한 점검과 함께 업종별 경기 흐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긴장하는 분위기다. 신한은행도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기업 본부뿐 아니라 현장의 커뮤니티(근거리 5~6개 영업점을 묶은 그룹)별로 관리인원을 투입해 중기 전담 밀착관리 체제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중기대출을 급격히 늘리다 보면 다른 은행들도 신한은행과 비슷한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 금융당국에서는 리스크가 있더라도 중기 대출 확대 등 적극적인 여신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담보 위주 대출에 익숙한 은행들이 갑자기 성장성과 기술력만 보고 무작정 중기대출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신한은행을 포함해 시중은행들이 전년대비 중기대출 목표치를 상향하는 등 출혈경쟁을 하는 데 따른 우려도 나온다. 중기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리다 보면 기준에 미달되는 기업 대출도 해줘야 하는데 나중에 부실의 트리거(방아쇠)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기업대출 연체율과 순이자마진(NIM)은 우리보다 두 배 높다”며 “무조건 연체율을 0.5% 이하로 유지하며 관리하는 것보다 신용 리스크가 더 크더라도 공격적으로 금리를 더 많이 받고 자금을 공급하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은행들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체질이 나아지고 기업 구조조정이 일단락됐으니 과거 보수적으로 유지했던 리스크 관리 관행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지만 은행들은 부메랑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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