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6일 단행한 청와대 참모진 인사에서 ‘더불어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드루킹 사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송인배(사진) 제1부속비서관이 정무비서관으로 이동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와의 소통을 담당하는 자리에 야당의 반발이 예상되는 인물을 앉힌 것을 두고 부적절한 인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송 비서관이 특검 조사를 앞둔 만큼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자리가 아닌 곳으로 이동시켜 문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드루킹 의혹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청와대는 이날 참모진 인사 발표를 통해 송 비서관을 정무비서관으로 이동 배치한다고 밝혔다. 정무비서관은 지난해 11월 한병도 전 비서관이 정무수석으로 승진한 뒤 후임을 찾지 못해 7개월간 공석으로 있던 자리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송 비서관의 인사 배경에 대해 “(제1부속비서관이) 워낙 격무를 하는 자리라 일부 순환 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설명과 달리 야당을 중심으로 부적절한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드루킹 사건에 연루된 의혹이 있는 당사자 중 한 명인 송 비서관을 야당과 수시로 소통해야 하는 정무비서관에 기용한 것은 사실상 국회와의 협치를 포기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송 비서관은 댓글 조작 사건으로 구속된 ‘드루킹’을 지난 대선 전까지 네 차례 만난 것으로 드러나면서 드루킹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더욱이 진상규명을 위한 드루킹 특검이 출범해 본격 수사를 앞둔 상황에서 송 비서관이 야당을 상대로 소통에 나설 경우 야당의 거센 반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야당 의원들은 송 비서관 인사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특검 조사를 앞둔 상황에서 의혹 당사자를 정무비서관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한 인사”라며 “특검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여권 내부에서조차도 “야당의 긴밀한 협조를 구해야 할 자리에 야당의 공격이 예상되는 인물을 앉힌 것은 적절하지 못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처럼 야당의 반발이 예상되는데도 청와대가 인사를 강행한 데는 드루킹 의혹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야권과의 소통 전면에 송 비서관을 내세워 ‘드루킹 사건에 있어 떳떳하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의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 역시 송 비서관의 연루 의혹에 대해 “그 문제는 앞으로 봐야 할 일이고, 송 비서관에 대한 혐의도 문제가 된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 특검 조사를 앞둔 상황에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야 하는 제1부속비서관으로 계속 두는 것은 문 대통령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물리적으로 거리가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릴 정도로 누구보다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아는 송 비서관이 국회와 소통에 나서면 여야의 의견이 대통령에게 좀 더 잘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