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법원행정처 "하드디스크 제출은 곤란"

'재판거래' 자료요구 8일만에

"필요한 자료 선별적 제출" 밝혀

檢 "전체파일 중 0.1% 불과" 반발

영장신청 땐 양측 갈등 격화할듯

김명수 대법원장이 26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기자들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김명수 대법원장이 26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기자들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한 자료를 법원에 요청한 지 8일 만에 법원행정처가 “하드디스크 임의제출은 곤란하다”며 선을 그었다.

법원행정처는 26일 하드디스크를 제외한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된 410개의 주요 파일과 포렌식 자료를 검찰에 제공했다. 하지만 검찰은 법원이 제출한 자료의 양이 부족한데다 증거 능력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검찰이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법원을 상대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할 경우 법원과 검찰 사이의 갈등이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행정처는 이날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고발된 사건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의 협조 요청에 따라 필요한 자료를 선별적으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공무상 비밀 등에 해당하지 않고 사건과 구체적 관련성이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410개의 주요 파일 원본을 비실명화해 제공했다”며 “5개 저장매체에서 주요 파일을 추출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포렌식 자료도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원행정처는 양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 등 핵심인물의 하드디스크 제출은 거부했다. 제기된 의혹과 관련성이 없고 공무상 비밀이 담긴 파일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이 밖에도 검찰이 요청한 임 전 차장 등 행정처 간부 및 심의관들이 사용한 법인카드 내역과 관용차 운행일지도 제출하지 않았다.


특히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재직 시절에 사용한 PC 하드디스크는 ‘디가우징’ 방식으로 훼손돼 사실상 복구가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행정처는 “퇴임 법관의 전산장비에 대한 통상적인 업무처리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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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검찰은 하드디스크 확보가 수사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치며 법원과 대립각을 세웠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이 추출한 410개의 주요 파일은 핵심인물들의 컴퓨터 자료 중 0.1%에 불과하다”며 “이것만을 가지고 ‘재판거래는 사실무근’이라는 결론을 내면 누구도 수긍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또 훼손된 양 전 대법원장 등의 하드디스크를 넘겨받아 복구를 시도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법원이 제출한 자료의 증거 능력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하드디스크 원본을 확보해 복구하고 로그값 등을 검찰이 직접 분석하지 않는 이상 증거로 인정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자료를 다시 요청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재요청도 거절당하면 검찰이 형사소송법에 근거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한다는 방침을 밝힌 터라 법원이 압수수색을 거부할 명분이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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