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가덕도

2815A39 가덕도



‘해신당 밑 당랑게는/ 날마다 천탑 만탑 무너질 탑을 쌓고/ 떠나간 사람의 발자국마다/ 청개비는 푸른 알을 낳고/ 홍개비는 붉은 알을 낳고/ 문득 저 섬에 가면/ 십분 거리인데도 십 년이나 만나지 못한 사람/ 만날 것 같아/ 손가락 손가락마다/ 물때 짚으며/ 동백꽃을 깔고 앉은 봄날입니다’

경남의 향토 문인인 송창우 시인이 고향에 바친 ‘봄날’이라는 시다. 시인이 그토록 그리워했던 곳은 한때 바다에 가로막혀 오가기 힘들었던 곳, 더덕이 많이 난다 하여 ‘가덕’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섬, 가덕도다.


가덕도는 시련의 섬이다. 임진왜란 때는 왜의 무장 시마즈 요시히로에게 무려 7년간 점령당한 아픈 기억이 있다. 시마즈가 남원 등에서 조선 도공과 그 가족 1,650여명을 강제로 끌고 온 후 일본에 가기 싫다고 버티는 이들을 처형한 곳도, 이순신 장군 대신 조선 수군을 이끈 원균이 왜군의 매복에 걸려 싸움 한번 못하고 400명을 불귀의 객으로 보낸 장소도 이 섬이다. 가덕도에 남겨진 전쟁의 아픔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아 러일전쟁 때는 일본군이 러시아 발틱함대에 맞서기 위한 포진지를 구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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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는 애환의 섬이기도 하다. 1·4후퇴 당시 부산이 피란민들로 포화상태에 이르자 정부는 이 중 일부를 가덕도로 강제 이송했다. 이송 대상 대부분은 중류 계층 이하의 군상들. 낯설고 물자도 턱없이 부족한 섬에서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진 이들이 속출했다. 한 문인은 당시 피란민들이 겪었던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거기 가서 그들의 살길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 섬에서 망연자실한 상태로 바닷바람을 쐬다가 죽어 나가는 병든 사람이 적지 않았다. 바다는 절망을 강화한다.”

가덕도가 이번에는 분란의 섬이 될 듯싶다.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인이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울산과 경남광역단체장 당선자들과 공동으로 태스크포스(TF)를 만들기로 한 것이 발단이다. 이번 조치로 김해공항을 확장하고 대구통합공항을 짓겠다던 2년 전의 합의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대구·경북(TK) 광역단체장과 야당의 강력한 반발로 지역갈등도 재연될 조짐이다. 그러잖아도 나라가 사분오열된 마당에 ‘부울경’ 광역단체장들이 화약고 같은 영남 신공항 문제에 불을 붙였으니 또 어떤 혼란이 초래될지 심히 걱정스럽다. /송영규 논설위원

송영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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