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이 필리핀 수비크조선소의 매각 가능성을 타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진중공업이 경영정상화를 위해 추진하는 1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 유치가 어려움을 겪는 데 따른 것이다. 지난 2009년 한진중공업이 준공한 수비크조선소는 2016~2017년 2년 연속 수천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하고 올해도 적자가 예상되는 등 경영악화에 시달려왔다. 조선업 호황 끝물에 이뤄졌던 국내 조선사들의 무분별한 해외 진출이 결국 부메랑이 됐다는 분석이다. ★관련기사 12면
28일 조선 업계와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이 수비크조선소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그간 재무적투자자(FI)를 중심으로 수비크조선소에 대한 투자자 유치에 나섰으나 최근에는 전략적투자자(SI) 등으로 범위를 넓혀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다”며 “이는 매각까지 고려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한진중공업이 수비크조선소의 재무적투자자 유치가 여의치 않자 결국 매각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필리핀 현지 업체들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진중공업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필리핀 업체를 비롯해 여러 SI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비크조선소는 상징성이 큰 곳이라 실제 매각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면서도 “수비크조선소의 상황이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한진중공업 수비크조선소는 2014년까지만 해도 수주실적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으나 2015년 이후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현재 수주잔량은 18척으로 수비크조선소의 생산능력을 감안했을 때 1년치 정도의 일감이 남아 있다. 지난해 영업손실도 2,340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실적이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올해부터는 수비크조선소에 파견되는 해외 근로자들의 가족들에 대한 주거비와 교육비 지원도 끊겼다.
한진중공업 측은 이와 관련해 “현재 수비크조선소 투자 유치가 진행 중이며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진중공업은 도크가 좁아 대형선박 건조에 어려움이 있는 영도조선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09년 필리핀 수도에서 북서쪽으로 110㎞ 떨어진 수비크만에 수비크조선소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