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비자금 조성과 상속세 탈루 등 혐의를 받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차명약국 운영 혐의도 추가 포착해 수사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김종오 부장검사)는 조 회장이 2000년부터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 인근에 약사 A씨와 함께 ‘사무장 약국’을 열어 운영한 혐의(약사법 위반 등)를 수사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검찰은 한진그룹의 부동산관리 계열사인 정석기업이 보유한 건물에 약국 공간을 제공하는 등 약사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조 회장이 수익의 일정 지분을 챙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 약국의 경영에 조 회장이 관여했다면 약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행법상 약국은 약사 자격증이 없으면 개설할 수 없다.
이 약국이 약 18년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챙긴 건강보험료는 1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1천억 원 중 조 회장이 수수료 명목으로 일정 지분을 가져갔다면 특별법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 측은 해명 자료를 통해 “조양호 회장은 차명으로 약국을 개설하거나 약사 면허를 대여받아 운영한 바 없다”며 “정석기업이 약사에게 약국을 임대한 것이며 해당 약국에 돈을 투자한 바도 없다”고 밝혔다.
한편 28일 오전 남부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조 회장은 약 15시간 30분 동안 조사를 받은 뒤 29일 오전 1시께 집으로 돌아갔다.
검찰은 조 회장에게조세포탈과 횡령·배임 혐의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으나 조 회장은 혐의를 대체로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조 회장을 상대로 부친인 고 조중훈 전 한진그룹 회장의 외국 보유 자산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세금을 내지 않은 경위도 캐물었다. 이에 대해 조 회장은 대부분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다 해도 미처 몰랐던 내용이라며 혐의를 적극적으로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그룹 계열사와 조 회장 일가가 소유한 관계사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면세품 중개업체를 통해 ‘통행세’를 거둔 의혹과 차명약국 운영 혐의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검찰은 조사 내용을 분석한 뒤 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음주 중 청구할지 검토 중이다. 다만 그가 고령인 점 등을 고려해 재소환하지는 않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