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LG그룹 지주회사인 ㈜LG의 대표이사 회장 자리에 오른 구광모 회장은 올해로 만 40세다. 지난 2006년 LG전자 재경 부문 대리로 입사해 실무 경력으로는 12년이 전부다. 전임 회장들도 승계와 동시에 회장 직함을 달았지만 이번에는 좀 다르다고 보는 이유다. 임원 말진 격인 상무에서 곧바로 회장으로 직행했고 부친(구본무 회장)보다 10년 일찍 회장 직함을 달았다는 점에서 ‘파격’이라는 표현이 자연스럽다. 보수적 색채가 강한 LG라 더 그렇다.
달리 보면 구본무 회장의 지분을 승계해 그룹 총수가 되는 만큼 무게감에 걸맞은 책임경영을 다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LG그룹의 후계자로서 정공법을 택해 ‘구광모 체제’로 신속히 전환하려는 의지가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LG의 한 임원은 “부친 생전의 역할과 책임감을 모두 승계한다는 의미”라며 “앞으로 6인 부회장의 보좌를 바탕으로 그룹 경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70개 계열사, 연매출 160조원의 글로벌 그룹 수장으로서 캐시카우 마련, 계열사 간 시너지 등 숱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LG의 보수적 경영 DNA에 변화가 올지도 관심거리”라고 말했다.
◇‘승계와 동시에 회장’ 원칙 재확인…6인 부회장 역할론 부각=시장에서는 애초 구 회장의 단계적 진급에 무게를 뒀다. 사장 혹은 부회장부터 달고 시간을 두고 회장이 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았다. 구 회장의 경영수업 기간이 짧은 점도 이런 관측에 작용했다. 하지만 ‘장자 승계’만큼이나 ‘승계와 동시에 회장’이라는 원칙에 예외는 없었다. 창업주 작고 후 부사장에서 곧바로 회장에 오른 구자경 명예회장, 부회장에서 승진한 부친의 전례를 따랐다는 평가다.
경제단체의 한 고위임원은 “(구광모 회장과) 20년간의 실무 경험 뒤 1995년 만 50세의 나이에 회장을 승계한 구본무 회장을 동렬로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있다”면서도 “회장이 작고하지 않은 이재용 부회장(삼성), 정의선 부회장(현대자동차) 사례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거대 그룹의 회장 자리를 공석으로 둘 경우 우려되는 부작용 등을 감안해 현실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만큼 전문경영인의 보좌가 중요해졌다. 구 회장이 당분간 현안 파악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만큼 6인의 전문경영인이 주요 계열사를 책임지는 체제가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현회 ㈜LG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등이 ‘4세 경영 체제’ 전환 과정에서 우려되는 공백을 메우게 된다. 특히 ‘전략·기획통’으로 전자·디스플레이 등 주요 계열사를 거친 하 부회장의 경우 ㈜LG 사장 시절에 구 회장과 일해본 경험도 있다. 어찌 됐든 6인의 부회장 체제는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구 회장의 4세 경영이 뿌리내릴 때까지 핵심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구 회장이 별도의 인물을 발탁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조직의 안정, 구 회장의 짧은 경력 등을 고려하면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책임경영으로 장악력 높일 듯=LG 계열사별로 과제가 산적해 있다. LG전자만 해도 적자인 스마트폰 사업 개선이 절실하고 LG화학은 바이오 등 신산업의 안착이 중요하다. 하지만 구 회장은 특정 사업보다는 큰 그림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의 한 고위관계자는 “세부사업을 넘어 4차 산업혁명 등 기술 변화가 극심한 시기에 LG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성장동력 마련과 관련해 보완해야 할 부분 등에 주력할 것”이라며 “책임경영 구현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도 “구 회장이 외부행사도 미루고 경영 현안 파악에 집중하지 않겠느냐”며 “연말 인사를 비롯해 신사업 투자, 계열사 조정 등 총괄 역할에 중심을 두면서 그룹 장악력을 높여갈 것”이라고 봤다. /이상훈·한재영기자 s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