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다독다독(多讀多讀) 행복한 일터 만들어요] 책읽기가 '국력'…讀해야 산다

<상> 책읽는 기업이 강하다

독서로 창의적 사고 키워야

혁신적 경제활동으로 이어져

韓기업 '사내 독서권장' 7% 뿐

독서공간 등 인프라 조성 필요

초여름 장마가 이어지고 있는 2일 시민들이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독서를 즐기고 있다./이호재기자초여름 장마가 이어지고 있는 2일 시민들이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독서를 즐기고 있다./이호재기자



서울 한 대기업에 다니는 3년차 여성 직장인 박지영(27) 씨는 취업 전 베스트셀러는 꼬박꼬박 챙겨보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회사에 적응하느라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한다. “휴식 시간에 짬을 내서 책을 읽고 싶기는 하지만 회사 내에서 책을 읽을 공간도 없고, 눈치도 보여요. 한가하게 책이나 읽는다는 핀잔을 들을 것 같거든요.” 박 씨는 “책 읽으면서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는데 회사에서 독서를 권장하기는커녕 눈치를 주고 있다”며 “책 읽는 문화가 회사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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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율 하락에 따른 국가 경쟁력 경고등= 박 씨의 지적처럼 책 읽는 기업은 경쟁력이 강해진다. 독서율은 경제의 창의성과 혁신성을 나타내는 경제 지수 등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윤상호 연구위원은 “독서율은 경제발전 정도의 또 다른 측면을 나타낸다”며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가별 경쟁력 지수와 독서율 간에는 0.77이라는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 이는 독서율이 높은 국가가 대체로 높은 경제적 경쟁력을 보유한다는 결과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세계 경쟁력 지수의 구성 지수인 혁신성 지수와 독서율 간에도 0.72라는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며 “혁신성 지수는 국가의 혁신역량, 연구개발(R&D) 지출규모 등 경제의 혁신성을 측정하는 지수이며, 미래의 국가 경쟁력 추이를 예상할 수 있는 대표 지수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윤 연구원은 “독서율과 기업가정신 지수 간에 0.81이라는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며 기업가 정신과 독서율과의 연관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는 독서를 통한 창의적인 사고의 부양이 혁신적인 경제활동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성인 10명 중 1명, 1년에 책 한 권도 안 읽어= 하지만 한국은 점점 책 안 읽는 나라가 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올해 초 발표한 ‘2017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 독서율(1년에 책을 한 권 이상 읽는 성인의 비율)은 59.9%로 성인 10명 중 1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는 문체부가 이 조사를 시작한 1994년 이후 역대 최저치다. 1994년 독서율은 무려 86.8%였으며, 이후 소폭 하락세를 보였지만 70%를 대부분 유지했고, 독서율이 6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이번 조사에서 성인의 59.6%는 ‘스스로의 독서량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성인들이 독서를 할 수 없는 이유로는 “일 때문에 책 읽은 시간이 없다”는 응답이 32.2%로 가장 많았으며, ‘휴대전화 이용, 인터넷 게임 하느라’라는 대답이 19.6%로 그 뒤를 이었다. ‘다른 여가 활동으로 시간이 없어서’라는 응답도 15.7%로 3위를 차지했다. 또 국민들이 바라는 ‘독서환경 조성 정책’으로는 ‘지역의 독서환경 조성’, ‘생애주기별 독서활동 지원’, ‘다양한 독서동아리 활성화’, ‘국민 참여 독서운동 전개’ ‘다양한 매체에서 독서 권장’ 등이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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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장마가 이어지고 있는 2일 시민들이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독서를 즐기고 있다./이호재기자.초여름 장마가 이어지고 있는 2일 시민들이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독서를 즐기고 있다./이호재기자.


◇직장 독서환경 최악= 직장인들의 책 읽기 문화는 더욱 충격적이다. 문체부가 직장인 응답자(3,981명)를 대상으로 독서환경을 알아본 결과 응답자의 87.3%가 ‘직장에 도서실, 독서활동, 독서 프로그램 등이 전혀 없다’고 응답했을 정도다. 또 ‘직장의 권장도서 목록이 있다’(6.4%), ‘직장 내에 도서실이 있거나 도서 대출이 가능하다’(6.1%), ‘원하는 책을 직장에서 구입해 준다’ (2.9%), ‘회사 전체에서 책 읽기를 강조하는 편이다’(2.7%), ‘직장 내에 독서 동아리가 있다’(1.5%), ‘저자 초청 강연회를 개최한다’(1.4%)는 응답은 각각 7% 미만으로 직장의 독서환경 조성이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서는 국가 경쟁력”…직장 내 책 읽는 문화 및 독서 인프라 조성해야= 책 안 읽는 나라와 기업은 경쟁력이 허약해질 수 밖에 없다. 지금 우리나라와 기업들이 그런 상황이다. 매년 독서율이 하락함에 따라 국가 경쟁력 또한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성인 독서율 하락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의식을 함께할 때다. 무엇보다 성인의 독서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독서 문화와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직장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 역시 높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대부분의 직장은 책을 읽을 공간 혹은 독서 프로그램조차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한 관계자는 “사내 독서는 무작정 쉬는 시간이 아닌 직원 개인의 사고력과 상상력을 만들어가는 시간이며, 이는 곧 회사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라며 “성인의 독서율을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하루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 독서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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