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재테크

[인프라로 영역 넓히는 금융투자]'대체투자=기관 전유물'은 옛말...개인 투자액 130조 넘어

<중>부동산 벗어나 인프라로 투자 확대

주식·파생형펀드 수탁액 감소에도 1년새 20% 성장

美·유럽·加·濠 인프라 주식 투자 등 상품도 다양화

운용사 전담조직 잇따라 신설...전문인력 몸값 '금값'




# 회사 내에서 주식 투자로 제법 유명한 홍원규(38) 과장은 최근 주식 계좌를 비웠다. 잠깐 남북경협주로 재미를 보기는 했지만 미중 무역전쟁에 금리 인상 신호까지 겹치며 시장이 하락 조정기를 겪을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홍 과장은 여유자금을 실물펀드로 돌리며 인프라 투자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인프라 지출이 확대되고 있는데다 신재생에너지 쪽에서도 투자 기회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홍 과장은 예측은 정확했다. 2개월이 조금 지난 홍 과장의 펀드수익률은 4%를 넘어섰다.

기관투자가들만의 상품으로 알려졌던 사모 인프라·부동산 투자 등 ‘대체투자’ 시장에 개인투자자들이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 저금리와 시장의 불확실성 등으로 주식과 채권 등 전통자산에서 수익을 내는 데 한계를 느낀 개인투자자들이 인프라 투자시장을 기웃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투자성향이 약간 공격적인 자산가들은 대체투자를 실물이 뒷받침되면서 수익률을 담보하는 안정성이 높은 투자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기존에는 대체투자가 기관 중심의 폐쇄적인 상품으로 여겨졌지만 발 빠른 개인투자자들이 속속 나오면서 대체투자도 선진국 증시에 상장된 인프라 관련 기업에 하는 등 부동산에서 벗어나 다양해지고 있다. 해외 인프라 투자로 눈을 돌리기에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요 공약 중 하나가 1조달러의 민간 인프라 투자인데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지난 2016년에서 오는 2026년까지 인프라 지출을 현재 13.3%에서 15.2%까지 늘리기로 결정했다.

개인들이 투자할 수 있는 대체투자펀드 시장은 130조원을 넘어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대체투자펀드 수탁액은 지난해 말 120조원에서 올 상반기 13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 100조원이 안 되던 시장이 1년 사이 20% 이상 커졌다. 부동산펀드에 70조원 가까이 몰렸고 인프라 투자도 33조원이 넘는 돈이 들어왔다. 지난해 주식형과 채권형펀드를 포함한 증권형펀드의 수탁액이 3조원 감소하고 파생형펀드·혼합자산형펀드의 수탁액도 각각 15조원, 7조원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국내 펀드시장의 돈이 부동산펀드와 특별자산펀드 등 대체투자펀드에만 몰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시장이 확대되며 운용사들도 다양한 대체투자 상품을 내놓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모기업의 태양광 등 대체투자에 대한 안목을 바탕으로 전통적인 인프라 투자상품에서 벗어나 선진국의 인프라 관련 주식에 투자하는 ‘ARIRANG S&P 글로벌인프라 ETF’를 지난해 출시했다. 이 상품은 선진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에너지·운송·유틸리티 세 가지 인프라 종목에 투자한다. 주요 투자 종목은 호주의 도로개발회사인 트랜서번(transurban), 미국 전력회사인 넥스트에라에너지(NEXTERA ENERGY), 캐나다 에너지회사인 트랜스캐나다(TransCanada) 등이다. 이들 기업의 각 배당수익률은 4.38%, 2.77%, 3.65%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고 있다. 안방에 앉아서 호주·미국 등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인프라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셈이다. 생소한 상품구조에도 출시 이후 65억원이 몰리는 등 입소문을 타며 조용히 인기를 끌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의 한 관계자는 “인프라 투자의 경우 복잡한 상품 구조와 투자 기회가 제한돼 개인 투자자의 접근이 제한된 경우가 일반적이었는데 ARIRANG S&P 글로벌인프라 ETF를 통해 선진국 주식시장에 인프라 관련 주식에 투자함으로써 대체투자의 지평을 넓히고자 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한화자산운용은 또 올 2월 글로벌 톱 대체자산운용사인 누빈자산운용과 손잡고 글로벌 인프라, 부동산, 에너지 기업 등에 주로 투자하는 ‘한화 글로벌리얼에셋펀드’를 출시했다. 누빈자산운용은 글로벌 연기금이 선정한 ‘대체자산 100대 운용사’ 중 실물자산 부문에 든 유일한 운용사이다. 이 펀드는 운송·유틸리티·에너지·통신시설 등 인프라주식, 상장 부동산 리츠(오피스·레지던셜·산업용·리테일·모기지 등), 대체자산 우선주 등 인프라부터 선순위증권우선주, 부동산까지 대체투자와 관련된 모든 것을 유연하게 투자하는 ‘종합 대체투자’ 상품인 셈이다. 3개월 수익률이 3.12%로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괜찮은 수익률이라는 평가다.

유진자산운용도 트럼프 대통령의 인프라 공약 수혜를 기대하며 ‘유진챔피언글로벌상장인프라’ 펀드를 판매하고 있다. 이 상품은 자산의 60%를 잔존 만기(듀레이션)가 짧은 단기채나 기업어음(CP)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미국·유럽 등에 상장된 인프라 주식 중 시가총액 2,000억원 이상, 연간 배당수익률 3% 이상 종목을 선별한다. 일찌감치 대체투자의 매력을 알아본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한국투자미국MLP특별자산’ 펀드는 대체투자업계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미국 내 원유와 가스 등을 운반하는 송유관과 저장시설 등을 운영하는 마스터합작회사(MLP)에 투자한다. 설정액 817억원으로 공모펀드 가운데 규모도 가장 크다.

운용사들은 대체투자 부문 조직 증대에도 힘을 싣고 있다. 최근 하나자산운용과 신한프라이빗에쿼티는 각각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과 신한대체투자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본격적으로 대체투자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아시아 대체투자팀을 신설하며 조직 정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유안타증권과 하나금융투자 등 증권사 역시 대체투자 관련 임원을 영입하거나 부서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운용업계에서 대체투자 관련 전문 인력은 ‘금값’으로 통한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대체투자에 대한 수요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더불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데 워낙 분야가 전문적인데다 인력이 없어 직급에 상관없이 대체투자 전문인력은 부르는 게 가격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모시기 어려운 인재로 통한다”고 말했다. 다만 대체투자가 주로 기관투자가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은 상품 가입 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 대체투자의 경우 상품특성과 지불구조, 투자금의 회수 가능성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한 운용사의 고위 관계자는 “최근에는 일부 해외 부동산펀드와 같은 대체투자에서 기관이 빠지는 물량을 개인투자자에게 넘기는 경우도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무턱대고 접근하기보다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보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