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100대 기업 매출액 10년간 1.6배 성장
4일 BNK금융경영연구소 동남권연구센터가 발표한 ‘동남권 100대 기업 변화’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본사 소재지가 부산·울산·경남인 기업 중 매출액 기준 상위 100대 기업매출액은 2006년 81조원에서 2017년 132조원으로 늘어나면서 지난 10여 새 1.6배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서비스업 부문 매출액이 2006년 8조9,000억원에서 31조원으로 3.5배 늘어 가장 큰 폭의 성장을 보였다. 건설업은 1조7,000억원에서 3.1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같은 기간 제조업 매출액은 70조원에서 96조원으로 1.4배 증가에 그치면서 서비스업과 건설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동남권 100대 기업 중 서비스업과 건설업은 각각 4개 기업이 늘어난 반면, 제조업은 8개가 줄어들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선, 기계, 자동차 등 동남권 주력산업의 부진에 상당 부분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센터는 평가했다.
◇부산 기업 크게 약진
지역별로는 부산 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부산 기업의 경우 매출액은 서비스업이 3.1배, 제조업이 1.6배 증가하는 데 그쳤으나 건설업 부문의 매출액이 9.2배 증가하면서 동남권에서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영업이익에서도 부산이 38.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울산은 서비스업 매출이 6.3배 증가한 반면 제조업은 거의 변화가 없었고 건설 기업은 100대 기업 진입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지역의 경우 100대 기업 내 매출액이 10년 새 1.7배 증가했으나 기업수는 7개 감소하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생존율은 울산이 가장 높아
같은 기간 중 동남권 100대 기업의 생존율은 61.0%로 조사됐다. 지난 10여 년간 100대 기업 중 39개사가 이탈했다는 의미이다. 지역별로는 울산 기업의 생존율이 71.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부산은 33개 기업 중 20개 기업이 살아남아 60.6%의 생존율을 보였으며 경남의 경우 46개 기업 중 20개사가 순위 밖으로 밀려나가면서 56.5%에 그쳤다.
◇제조기업 역동성 두드러져◇
동남권 100대 기업에서 매출액 증가세가 높은 상위 10대 기업을 살펴보면 9개 기업이 제조 기업으로 나타났다. 새로 진입한 기업도 제조업체가 19개로 가장 많았다. 지난 10여 년간 제조업이 서비스업과 건설업에 비해 부진한 모습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매출 성장 상위 기업의 실적과 신규 진입 성과는 제조 기업이 더 높게 나타난 것이다.
동남권에서 가장 높은 매출액 증가를 기록한 기업은 태광실업이다. 태광실업은 2006년 3,526억원에서 2017년 1조6,544억원으로 4.7배 증가했다. 창신아이엔씨도 같은 기간 매출액이 4.3배 늘었다. 매출액 증가 1, 2위 기업 모두 사양산업으로 평가받았던 신발 제조업체란 점이 주목할 만 하다.
다음으로 성우하이텍이 4.2배, 대한제강과 넥센타이어가 3.2배의 매출액 증가를 시현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서원유통, 덕양산업, 현대위아, 르노삼성자동차 등도 2배 이상의 매출액 증가를 보이면서 상위 10대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상위 10개 기업 중 절반이 달라져
동남권 상위 10대 기업은 지난 10여 년간 절반이 달라졌다. 현대중공업, 엘에스니꼬동제련, 두산중공업, 현대위아, 르노삼성자동차 등 5개사만이 10대 기업을 유지했다. 삼성테크원, 한진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은 순위가 하락하면서 10위권 아래로 내려갔다. 현대하이스코의 경우 인천에 본사를 둔 현대제철에 흡수합병됐으며, 노키아티엠씨는 폐업으로 이탈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본사를 경남 거제로 이전한 뒤 동남권 매출 1위 기업의 위상을 차지했다. 한국남동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남부발전은 혁신도시 건설로 인해 각각 진주, 울산, 부산으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동남권 상위 10대 기업에 진입했다. 부산은행은 매출액 증가로 2006년 14위에서 2017년 10위로 순위가 상승했다. 동남권 상위 10대 기업의 매출액 합계는 2006년 39조원에서 63조원으로 1.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민지 동남권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제조 기업의 활발한 진입과 퇴출은 제조업이 기업 생태계에서 역동성의 근간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장기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경제의 회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조 기업이 활력을 되찾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