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민주당 '승자의 덫' 빠지지 마라]입법연대로 상법개정 과속…통상전쟁 거센데 기업 팔만 비트나

<1>'기업=적폐' 왜곡된 이념 틀 바꿔라

추미애(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민주당은 하반기 원 구성이 마무리되면 상법개정안을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추미애(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민주당은 하반기 원 구성이 마무리되면 상법개정안을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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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간 무역·통상전쟁이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요2개국(G2)의 고래 싸움에 수출로 살아가는 한국 경제가 그야말로 새우 등 터지는 신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외부요인에 따른 우리 기업들의 경영여건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각국은 경제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법인세 인하, 규제 완화, 해외 투기세력에 대한 경영권 방어 등 기업 기(氣) 살리기에 올코트 프레싱으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시민단체와 노조의 눈치를 보면서 기업 손목 비틀기에 나서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하루라도 빨리 ‘기업=적폐’라는 왜곡된 시각을 교정해야 하는 시점이다. 6월 지방선거와 재보선까지 압승하자 기업 옥죄기 법안을 속도감 있게 몰아붙일 태세다. 상법개정안에 이어 시장지배적지위 남용을 막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회사의 최대주주 적격성 유지조건을 강화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까지 연내에 통과시킬 방침이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까지 포함된 개혁입법연대가 가시화되면 기업 옥죄기 법안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경제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틀에 박힌 ‘이념 잣대’에서 벗어나 균형 잡힌 경제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초빙교수는 억제와 규제로 점철된 재벌개혁은 시정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징벌적 재벌개혁으로는 부작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기업과 재벌을 동일시해 기업활동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거나 심지어 적폐라는 식으로 몰아가면 기업의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재벌의 일탈을 전체 기업의 문제로 치부하기보다 소외된 기업의 경영활동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 생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금융사 지배구조 개정도 연내 통과 방침

시민단체·노조 눈치 살피며 기업 재갈 물리기 가속


세계는 법인세 인하·규제완화…생산적 접근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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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딴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집중투표제 등 상법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최대주주를 견제하고 소액주주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투기 세력에 악용될 수 있는 소지가 크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집중투표제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국내 10대 기업 중 4곳은 외국계 주주가 요구하는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세계적으로 집중투표제를 의무적으로 적용하는 국가가 거의 없고 지금도 필요하다면 정관변경을 통해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데 도입을 의무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여당은 일부 대기업 비리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을 등에 업고 전체 기업에 재갈을 물리려 하고 있다.

최근 불거진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 사태와 같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는 재벌 일탈을 적폐청산과 연결 지어 법안 개정안 통과에 여론전을 펼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추미애 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기업의 각종 불공정 갑질 행태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와 강력한 처벌을 펼쳐나갈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집권 2년 차의 안일함은 없었는지 되돌아보며 적폐청산과 개혁을 지속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의 이 같은 접근은 법인세까지 낮춰가며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외국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미국은 올해부터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대폭 내렸다. 한국 법인세 최고세율은 25%다. 2009년 -7.5%까지 경제성장률이 곤두박질치며 금융위기에 몰렸던 아일랜드는 유럽에서 가장 낮은 법인세(12.5%)로 ‘기업 하기 좋은 나라’의 대명사가 됐다. 지난해 아일랜드는 경제성장률은 7.8%를 기록했다. 세상은 이렇게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데 여당 의원, 민주노총, 시민단체 등은 문재인 정부가 ‘우클릭’하고 있다며 오히려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여당이 조금만 기업활동을 촉진하려 해도 민노총을 포함해 시민단체에서 배신 낙인을 찍는다”며 “이들이 선거 때는 진보정당에 표를 주는 집단이라는 점에서 민주당이 자기 정체성을 확실히 하고 원칙을 지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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