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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투자로 영역 넓히는 금융투자]영업수익 늘어도 ROE 10%대 미만 증권사, 차별화 전략 짜라

<하> 시급한 증권사 인프라 투자 경쟁력 확보

자금조달·투자 소싱서 여전히 금융지주·글로벌 IB에 밀려

대형사, M&A로 자생력 키우고 중소형사는 특화영역 구축을

성장·차별화 역량 가로막는 CEO 짧은 임기 관행도 고쳐야




증권사들이 부동산복합개발과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 직접 뛰어드는 등 새로운 먹거리를 위해 영역을 넓히고 있지만 여전히 자생력을 확보하지는 못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무를 확대한다고는 하지만 자금조달이나 인프라 투자 소싱 등에서 금융지주 등에 밀린다. 특히 국내 인프라 투자의 경우는 은행권과 외국계 IB들이 선점한 후 수익을 쌓아갔다. 최근 맥쿼리인프라펀드의 운용에 대해 토종 헤지펀드들이 주주행동에 나선 것도 외국계 IB들이 인프라 투자를 선점한 뒤 높은 수수료를 챙겨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자기자본을 늘린 국내 증권사들이 인프라 투자 시장에서도 메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증권사를 포함한 국내 금융투자사들이 인프라 투자에서 자생력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여전히 사업 모델 대부분이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에 의존하고 있는데다 채권수익 등 사업자 간 차별화된 전략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 증권사들이 IB나 자산관리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한다지만 실제로는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것도 공공연한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현재의 위기를 업계의 생존 여부를 결정짓는 골든타임으로 인식하고 자생력을 키울 방안을 적극적으로 펴나가야 한다고 경고한다. 과거처럼 주식거래대금이 늘어나기만을 기다리는 경영방식을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 수익이 줄어들면서 전체적인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증시 활황을 겪으면서 증권사들의 실적은 사상 최고치를 찍었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초라한 성적표를 들었다. 특히 KB증권·신한금융투자·하나금융투자·NH투자증권·IBK투자증권 등 은행 계열 증권사의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0%대 미만에 그쳤다. ROE는 기업의 이익 창출 능력 지표로 투입한 자기자본이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ROE가 낮다는 것은 그만큼 자본이 효율적으로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자본시장이 앞서나간 국가일수록 증권시장은 소수의 대형사와 다수의 전문화된 중소형사로 나뉜다. 대형사는 주로 자기자본투자(PI)나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글로벌 IB로 도약한다. 중소형사는 국내시장 중심의 특화된 영역인 니치마켓을 공략해나간다. 대형사와 중소형 증권사가 서로 경쟁하기보다 각자의 영역을 구축해 하나의 생태계를 구성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증권사들이 기업공개(IPO)를 위한 주관업무와 투자자문, 브로커리지, 채권운용,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증권(DLS)에서 그나마 수익을 내면서 선방하는 상황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M&A를 통한 자생력 확보에 노력해왔지만 아직 역부족이라는 게 전반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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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대형 증권사가 IB 육성의 기반을 조성해 글로벌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수익 다변화를 도모하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자본력, 인적 네트워크, 다양한 상품개발능력의 조화가 있어야 글로벌 IB로 갈 수 있다”면서도 “국내 증권 업계의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볼 때 이런 곳은 많지 않다”고 했다. 아직은 취약한 국내 증권사들이 적극적으로 모험자본을 공급하고 위험을 인수하는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국내 증권사의 해외진출은 지난 1983년부터 가능해졌고 초창기에는 미국·영국·일본 등지에 해외 지사를 세웠다. 이후에는 아시아 진출 확대를 위해 노력을 경주해 홍콩·중국·베트남 등지에 많이 진출해 있다. 절반에 가까운 국내 증권사가 해외 확장을 진행 중이지만 재정적 성과는 미미하다는 점에서 사업전략을 양이 아닌 질적 성장이 이어지는 방향으로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저성과의 원인은 뚜렷한 해외사업에 대한 전략과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임시방편적인 성격들이 많기 때문”이라며 “국내 증권사 대부분이 대기업의 계열사여서 증권사 단독 이미지보다 그룹의 브랜드이미지에 많이 의존하는 점도 문제”라고 했다. 또 “수익 대부분을 브로커리지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차별성을 둔 사업 부문의 개편이 요구된다”고도 전했다.

자본시장 최고경영자(CEO)의 잦은 교체와 짧은 임기가 증권업의 장기 성장과 차별화된 역량 축적을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자본시장의 CEO 재임기관과 경영성과’ 보고서를 보면 2001년부터 2016년까지의 증권업 CEO 179명을 대상으로 재임 기간의 현황과 경영성과 및 경영활동 간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증권사의 전문 CEO는 상당수 단기 재임 후 교체됐고 출신 배경에 따라 재임 기간이 달랐다. 단기보다는 중장기 재임한 시점에서 우수한 경영성과를 보였다.

국내 증권업 CEO들은 2년 혹은 3년의 임기를 기본으로 재임하고 있었다. 이는 미국이나 일본 주요 투자은행 CEO들의 재임 기간에 비해 현저하게 짧았다. 장기 재임한 CEO들은 1~3년 차에는 업계 전체의 수준에 비해 우수한 경영성과를 보이지 않았으나 재임 3년 차 이후에는 우수한 경영성과와 활발한 경영활동을 보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증권업 발전을 위해 CEO 단기 재임 관행을 개선하고 효율적인 CEO 선임 체계를 확립해 CEO에게 충분한 기회와 안정적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며 “2년 혹은 3년이라는 기간은 CEO가 비전과 철학을 경영에서 구현해 이를 시장에 보여주기에는 짧은 시간”이라고 진단했다. 또 “자사의 경영비전과 방침에 적합한 역량을 가진 CEO 후보를 양성하고 철저한 검증을 통해 발굴하는 CEO 선임체계가 형성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권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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