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지난 4월 ‘내가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고 발언한 배경을 묻자 답하지 않고 쌩 지나갔다.
김 부위원장은 5일 통일농구대회 방북단이 머무는 평양 고려호텔을 깜짝 방문했다. 김 부위원장은 방북단장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환담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농구경기 불참 소식을 전했다.
조 장관은 김 부위원장과의 만남 이후 우리 측 기자들과 만나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해 열린 7차례의 회담 합의 내용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이야기했다”며 “남북 간 회담을 좀 더 실용적이고 빠르게 하기 위해 남북이 좀 더 잘 준비를 해야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 부위원장은 특히 “합의된 내용을 남측에서 좀 더 빠른 속도로 적극 이행해 남북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가시적 성과들을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강조했다고 전해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과 관련해 조 장관은 “아주 기본적인 얘기만 있었다”면서 “김 부위원장은 폼페이오 장관과 만나 북측 나름대로 잘 협의를 할 것이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조 장관이 “폼페이오 장관도 오고 바쁘실 텐데 와주셔서 고맙다”고 하자 김 부위원장은 “폼페이오 장관도 중요하지만 우리 조 장관도 중요하시니 와야 하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답했다.
김 부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본인의 일정’이라고 소개한 점으로 미루어 김 부위원장이 여전히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파트를 맡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김 부위원장이 면담실을 나설 때 우리 측 기자들은 ‘지난 4월 남측 기자단과 만나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고 소개하셨는데 왜 그렇게 하셨느냐’고 물었으나 그는 아무 말 없이 쌩 지나갔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달 4월 남측 예술단의 평양 공연 당시 기자들과 만나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 김영철”이라고 소개했다. 이에 김 부위원장이 천안함 폭침의 주범이라는 논란을 농담처럼 넘어가려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평양공동취재단·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