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난민정책을 핵심기조로 내세우며 출범한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 산하 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이 더 많은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 눈길을 끌고 있다.
티토 보에리 이탈리아 사회보장연금관리공단(Inps) 이사장은 4일(현지시간) 하원에 출석해 “정부는 합법적인 이민 행렬이 유지되게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에리 이사장은 “이민자가 현재의 절반으로 감소할 경우 이탈리아는 5년 안에 제4도시인 토리노의 주민 수에 해당하는 인구감소를 겪게 될 것”이라며 “이주민이 아예 들어오지 않으면 의회의 5년 회기 동안 34세 이하 청년층이 무려 70만명이나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이탈리아에 실제 거주하는 이민자 비율은 약 9%인데도 일반대중은 26%에 이른다고 주장한다”며 “이탈리아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현실과 인식 간 괴리가 심하다”고 지적했다. 그의 발언에 대해 반난민정책의 선봉장인 마테오 살비니 내무장관은 “Inps 대표를 포함해 난민들이 없으면 이탈리아가 재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하는 ‘슈퍼스타’들이 존재한다”고 비꼬면서 “이런 자리에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해 보에리 이사장의 교체 가능성을 암시했다.
■난민 수용 공개적 요구 이유는
저출산·고령화로 연금 재정건전성 ‘빨간불’
연금개혁법 폐지할 경우 정부 부담 26조원으로 ↑
보에리 이사장이 해임 가능성을 무릅쓰고 난민수용을 주장한 것은 심각한 저출산으로 이탈리아 연금체계의 지속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인구학자들은 현재와 같은 초저출산 추세가 이어질 경우 이탈리아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지난 2000년대 초 18%에서 오는 2030년 27%까지 치솟는 반면 25~44세 인구는 같은 기간 30.6%에서 26.3%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연금 수령자는 급격히 늘어나는 반면 이들을 재정적으로 떠받쳐야 할 연금 가입자 수는 줄어든다는 얘기다.
보에리 이사장은 또 연금재정의 건전성을 위해 현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개혁법 폐기 방침도 재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세페 콘테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 연립내각은 재정부담 우려에도 불구하고 연금지급 개시 연령을 올린 현행 연금법을 폐지해 연금 수령 나이를 다시 낮추려 하고 있다. 그는 “정부는 2011년 도입된 연금법을 폐지할 경우 50억유로의 재정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보지만 실제 부담액은 추정치의 4배인 최대 200억유로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