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조양호(사진) 한진그룹 회장이 구속을 면했다.
6일 김병철 서울남부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피의사실들에 관해서 다툼의 여지가 있고 이와 관련된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어 현 단계에서 구속해야 할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같은 법원의 결정으로 심사 결과를 기다리며 남부구치소에 머무르던 조 회장은 밤늦게 귀가했다.
조 회장은 5일 오전10시26분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남부지법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구속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은가” “자녀들을 위해서 정석 기업 주식을 비싸게 사라고 지시한 적 있느냐” “국민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문 채 법정으로 향했다.
이후 조 회장은 이날 오후 6시25분께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정을 나왔다. 공식적인 휴정시간 30분을 제외하면 7시간 가량 심사가 진행됐다. 조 회장은 심사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김종호 부장검사)는 지난 2일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사기, 약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조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의 기각 결정으로 조 회장 일가에 대한 구속영장은 모두 기각되거나 반려됐다. 앞서 아내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법원이 기각했고 둘째 딸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경우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반려해 영장심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조 회장 구속 영장이 기각되자 크게 안도한 표정이다. 대당 수천억원이 들어가는 항공기 도입 등 총수가 직접 결정해야 할 사안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한항공은 내년 창사 50주년을 앞두고 새로운 비전을 수립 중인데 조 회장이 구속되면 이 작업 또한 무기한 연기될 뻔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 회장 영장 기각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짧게 밝혔다. 안도한 모습을 감추기 위해 극도로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