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과학 같은 소리하네] 과학으로 끼워맞춘 '헛소리' 가려내기

데이브 레비턴 지음, 더퀘스크 펴냄




늘 시작은 “내가 과학자는 아니지만” 이다. 정치인들이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근거를 들먹이며 주장을 펼 때 주로 쓰는 말이다. 이런 말로 서두를 열 때는 곧 과학을 교묘하게 조작하거나 오용한 주장이 나온다는 걸 인지하면 된다. 물론 이 정도 화법을 남발하는 정치인이라면 초짜에 가깝다.

보통의 수법은 다양하고 교묘하다. 정치인은 대중적인 화법으로 유권자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미명 아래 데이터나 현상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거나 입맛에 맞는 정보만 취사선택하며 대중의 머리 속을 파고든다. 누군가를 악마로 몰아세우고, 정확하지 않은 인터넷 정보를 근거로 삼아도 정치인마저 가짜뉴스 유포자일 수 있다는 경계심, 예민한 센서를 켜놓지 않으면 누구든 속아 넘어가기 십상이다.


‘과학 같은 소리하네’를 통해 미국의 과학 저널리스트 데이브 레비턴이 정리해 놓은 ‘과학의 탈을 쓴 정치인들의 헛소리와 거짓말 유형 12가지’를 읽어보면 마치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치밀하게 관찰한 후 집필을 한 듯 우리의 정치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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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텍사스주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는 특정 시기의 세계 기온 데이터만 꼽으며 지구온난화는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고 기초과학 연구 보조금을 감축하려 했던 랜드 폴 의원은 인간 유전자 연구에 매우 중요한 초파리 연구의 가치를 깎아내리며 실제 보조금을 낮추는데 성공했다.

우리 정치판에도 사례는 수두룩하지만 단연 과학 조작의 종합선물세트라 할만한 것은 4대강 사업 관련 사실 날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 살리기를 통해 홍수 등의 자연재해가 10분의 1 이상 줄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10년간 한반도 전체 자연재해 데이터일뿐 4대강 유역이 공사 이후 재해가 개선됐다는 근거로는 활용될 수 없다. 이 같은 사실은 감사원 결과에서도 밝혀졌지만 이 전 대통령은 저서에마저 확실한 근거가 있다며 같은 주장을 반복했고 지금도 이를 둘러싼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책에서 소개된 △지나친 단순화 △체리피킹 △악마만들기 △조롱과 묵살 △공적 가로채기 △철 지난 정보 들먹이기 △정보의 와전 △순수한 날조 등 대다수 수법이 4대강 논란에서 발견된다.

과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잘못된 역사는 반복된다.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다. 1만5,000원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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